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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끝에서 남는 한마디는 무엇일까, 『한바탕 잘 놀았다』(이강효, 좋은땅)

평범한 일상과 가족, 그리고 흘러간 시간을 담담하게 응시한 이강효 시인의 첫 시집

최준혁2026년 8월 1일 오후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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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잘 놀았다.jpg인생을 다 살아낸 뒤 우리는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이강효 시인의 첫 시집 『한바탕 잘 놀았다』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하는 작품이다. 연극이 끝난 뒤 무대 위 광대처럼 "한바탕 잘 놀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 그리고 그 삶을 이루어온 가족과 시간, 추억과 그리움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 시집이다.

이강효 시인은 거창한 담론이나 화려한 언어를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아침의 풍경, 한 잔의 커피, 가족의 얼굴, 나이 들어가는 몸과 마음 같은 평범한 순간들에 시선을 머문다. 그의 시는 특별한 사건보다 누구나 지나온 삶의 흔적을 바라보며 독자 스스로의 기억을 불러내도록 이끈다. 그래서 시를 읽는 동안 독자는 시인의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시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된다.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에서 시작해 자연과의 동행, 가족과 그리움, 흘러간 시간에 대한 회고, 그리고 인생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각각의 시편은 독립적인 작품이면서도 하나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는 것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가족을 다룬 시편들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어머니와 커피」에서는 믹스커피 한 잔에 담긴 그리움이 스며 있고, 「아버지와 막걸리」에서는 세월 속으로 사라진 아버지의 기억이 잔잔하게 되살아난다. 과장된 감정 표현 없이도 오래된 추억의 온기를 전하는 것은 이강효 시만의 힘이다.

시인은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많은 사람이 나이를 상실과 쇠퇴의 시간으로 받아들이지만, 그는 오히려 비움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덜어 낼 것이 있어 좋다"라는 태도는 더 많이 가지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와 반대편에 서 있다. 욕심을 내려놓고 지금 가진 것의 의미를 되새기는 삶의 지혜가 시집 곳곳에 녹아 있다.

이 시집을 관통하는 정서는 관조와 여유다. 대수롭지 않은 통증을 철새에 비유하고,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이며, 삶의 크고 작은 흔적들을 천천히 바라본다. 그래서 그의 시는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다. 마치 오래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다가오면서도 읽고 난 뒤에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책의 제목이자 마지막 시에 등장하는 "한바탕 잘 놀았다"라는 문장은 시집 전체를 상징한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때로는 웃고 울고 넘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후회보다는 감사와 여유를 선택하겠다는 선언이다. 시인은 스스로를 광대에 비유하며 삶의 무게를 유머와 담담함으로 받아들인다.

1960년생인 이강효 시인은 자전적 에세이 『꿈의 비행』을 출간한 바 있으며, 이번 작품은 그의 첫 시집이다. 『한바탕 잘 놀았다』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삶의 온기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고 깊은 행복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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