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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상가를 무대로 한 정통 미스터리, 『오마리가 살인사건』(아시베 다쿠, 더블샷)

저택 미스터리의 일본적 변주 ― 전쟁과 탐욕이 빚어낸 연쇄 살인의 퍼즐

장세환2026년 9월 8일 오후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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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가 살인사건.jpg출판사 제공

아시베 다쿠의 대표작 『오마리가 살인사건』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이 작품은 제75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과 제22회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작가의 오랜 집필 인생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소설은 서양 고전 미스터리의 전형인 ‘저택 미스터리’를 일본 오사카의 독특한 공간인 ‘센바 상가’로 옮겨와 새롭게 완성한다. 당주를 정점으로 한 엄격한 신분제와 철저히 통제된 가문, 웅장한 점포와 안채가 자리한 ‘오마리 백약관’은 외부와 단절된 완벽한 밀실이자 거대한 무대가 된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연쇄 살인은 고전 본격 미스터리의 긴장감과 추리의 쾌감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낸다.

작품 속에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 『Y의 비극』 등 추리소설 황금기의 명작들이 모티프로 곳곳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오마주가 아니라, 아시베 다쿠가 고전의 장치를 해체하고 자신만의 논리로 재구성한 결과다. 예컨대 술통 속에 거꾸로 빠진 시체, 피범벅이 된 방에서 발견된 장녀의 참혹한 모습은 독자에게 순수한 추리의 즐거움을 다시금 일깨운다.

소설은 퍼즐의 쾌감에 그치지 않고, 전쟁이라는 시대적 폭력이 개인과 가문의 운명을 어떻게 뒤틀어 놓는지를 보여준다. 쇼와 20년, 폭격의 불길이 도시를 집어삼키기 직전, 청춘들은 소집 영장 한 장에 미래를 빼앗기고, 명문가는 서서히 무너져간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잔혹한 진실은 이 이야기가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시대의 상처를 품은 비극임을 드러낸다.

책속의 한 대목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오마리가에 나중에 들어온 이방인이었어.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어찌할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순순히 받아들일 수도 없었지. 그래서…… 그들을 전부 죽인 거야.”(p.22) 이 고백은 독자를 전율케 하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오마리가 살인사건』은 정교한 퍼즐과 깊은 문학적 여운을 동시에 선사한다. 고전 본격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장르의 정수를, 새로운 미스터리를 찾는 독자에게는 시대와 인간을 꿰뚫는 드라마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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