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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침 끝에서도 고개 드는 삶, 『뉘우칠 것 많아도 여전히 고개 들고 사는 나에게』 출간(김기태, 천년의시작)
강화도의 밤과 가족의 기억을 통과한 첫 시집
출판사 제공
김기태 시인의 첫 시집 『뉘우칠 것 많아도 여전히 고개 들고 사는 나에게』가 천년의시작 시작시인선 0564번으로 출간된다. 삶을 지나오며 쌓인 후회와 성찰, 가족을 향한 그리움, 고향 강화도에 대한 기억을 한 권에 담은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오래 품어온 삶의 장면들을 조용하고도 깊은 언어로 풀어낸다. 고향 강화도에서 보낸 유년의 시간, 가족사의 상처, 전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았던 아버지와 고단한 생을 견딘 어머니의 모습이 시 곳곳에 배어 있다. 시인은 가족을 단순한 회상의 대상으로 부르지 않는다. 그들은 지나간 사람이면서도 지금의 자신을 이루는 뿌리이고, 끝내 벗어날 수 없는 마음의 원천이다.
제1부 ‘강화도의 밤’에는 고향과 가족을 둘러싼 시편들이 놓였다. 「임종 1」에서 시인은 아버지의 죽음 앞에 선 시간을 바람의 이미지로 붙든다. “아버지의 영혼은 바람이었다”로 시작하는 시는 임종의 밤을 한 사람의 죽음으로만 다루지 않고, 가족의 역사와 세월의 상흔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순간으로 확장한다. 꽃과 자연을 통해 어머니를 기억하는 시편들 역시 슬픔을 과장하지 않고 오래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가족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드러낸다.
시집 제목에 담긴 “뉘우칠 것 많아도 여전히 고개 들고 사는” 태도는 김기태 시세계의 중심축이다. 시인은 후회를 부끄러움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뉘우침은 자신을 무너뜨리는 감정이 아니라 다시 단단해지기 위한 과정에 가깝다. 혹독한 된서리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 세월 속에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려는 자세가 시집 전반을 관통한다.
「길모퉁이」는 그런 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떠나는 사람을 가려 주고 오는 사람을 비켜 주는 길모퉁이처럼, 시인은 크고 요란한 존재가 아니라 조용히 곁을 내어주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길이 아니면서도 언제나 거기 있는” 모습은 삶을 향한 겸손한 태도이자, 시인이 꿈꾸는 문학의 자리이기도 하다.
시집은 자기 성찰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문학적 길을 향한 의지도 함께 드러낸다. ‘처음’과 ‘초발심’에 주목하는 시인의 태도는 뒤늦게 첫 시집을 묶는 마음과도 닿아 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되 그 안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출발하려는 의지가 작품 곳곳에서 감지된다.
문학평론가 진형준은 추천사를 통해 “문학이란 개인에게 배달되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말이 절절히 느껴지던 순간”이라며 김기태 시인의 시심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이 시집은 거창한 선언보다 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시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쪽에 가깝다.
『뉘우칠 것 많아도 여전히 고개 들고 사는 나에게』는 삶을 반성하면서도 끝내 고개를 숙인 채 머물지 않는 사람의 기록이다. 강화도의 밤, 가족의 얼굴, 떠나간 사람들의 흔적을 통과한 시인의 언어는 독자에게 묻는다. 뉘우칠 것이 많은 삶도 다시 고개 들 수 있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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