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살』 신간 출간(데이비드 솔로이, 서해문집)

서해문집이 2025년 부커상 수상작 『살』을 출간했다. 데이비드 솔로이는 헝가리 소년 이슈트반의 사랑, 계급 상승, 성공과 파멸을 따라가며 인간의 욕망과 운명을 냉혹하게 해부한다. 성공 이후에도 남는 공허와 육체의 감각을 통해 삶의 선택과 우연의 경계를 묻는다.

최준혁2026년 7월 28일 오전 10:33
8

서해문집이 2025년 부커상 수상작인 데이비드 솔로이의 장편소설 『살』을 출간했다. 작품은 한 소년의 삶을 따라가면서 사랑과 욕망, 계급 상승과 성공,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는 공허와 파멸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헝가리에 사는 열다섯 살 소년 이슈트반이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그는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의 궤도에 들어선다. 은밀한 사랑은 그의 세계를 뒤흔들고, 방황과 선택의 시간을 거친 그는 마침내 영국 상류 사회에 발을 들이게 된다. 높은 사회적 지위와 막대한 부를 손에 쥐지만, 작품은 이를 성공 신화의 완성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살』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성공이 인간을 어디로 이끌 수 있는지 냉정하게 보여준다. 사회적 상승은 해방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굴레가 되고, 행운은 축복인 동시에 파멸의 조건으로 작동한다. 이슈트반은 자신이 삶을 선택하고 있다고 믿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흐름 속으로 떠밀려 간다.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인간의 삶은 어디까지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어디서부터 운명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힘이 개입하는가. 작품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한 인간이 성공과 실패, 사랑과 상실을 통과하는 과정을 끝까지 따라가며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문체 역시 독특하다. 평범한 대화와 현재 시제를 중심으로 한 서술은 극적인 감정 과잉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대신 파편처럼 날카로운 문장들이 인물의 내면과 현실을 해부하듯 드러낸다. 이슈트반은 영웅도 악인도 아니다. 무엇을 원하고 왜 움직이는지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삶을 견뎌내는 인물이며, 바로 그 점에서 현대적인 안티히어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살』은 파멸을 자극적인 볼거리로 소비하지 않는다. 성공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공허와 불안, 육체에 남겨진 삶의 흔적을 통해 살아 있다는 사실의 낯설고도 무거운 감각을 탐색한다. 독자는 이슈트반의 여정을 따라가며 욕망과 운명, 선택과 우연이 얽혀 만들어내는 인간 존재의 복잡한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데이비드 솔로이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성공의 찬란함보다 그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에 더 오래 시선을 머물게 한다.

관련 기사

낮에는 삼각김밥을 만들고 밤에는 법이 외면한 죽음을 처리한다, 『삼각김밥처리반』(손선영, 삼인서사)

낮에는 삼각김밥을 만들고 밤에는 법이 외면한 죽음을 처리한다, 『삼각김밥처리반』(손선영, 삼인서사)

7월 28일 오후 2:03
12
취약한 삶들이 붙드는 우정 — 편혜영 5년 만의 소설집 『새들의 사회성』

취약한 삶들이 붙드는 우정 — 편혜영 5년 만의 소설집 『새들의 사회성』

7월 23일 오후 5:35
21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