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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말씨로 삶의 상처를 데우는 시의 숨비소리, 『성게 안에 꽃이 핀다』(장영심, 가히)

제주어의 결, 가족과 공동체의 기억, 생계의 현장을 한 그릇의 노래처럼 길어 올린 장영심의 두 번째 시집

장세환2026년 4월 22일 오후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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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 안에 꽃이 핀다.jpg출판사 제공

장영심의 두 번째 시집 『성게 안에 꽃이 핀다』는 제주라는 삶의 터전을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는다. 이 시집에서 제주는 말씨의 질감이고, 생계를 떠받친 노동의 현장이며, 세월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가까스로 감싸 안아온 공동체의 기억 그 자체다. 2015년 《시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길어 올린 것은 풍경의 표면이 아니라, 그 풍경 속에 오래 배어 있던 생활의 체온과 생의 냄새다.

시집의 강점은 토속어를 향토적 장식으로 소비하지 않는 데 있다. 제주어와 제주적 정서는 이 책에서 ‘지역색’ 이상의 역할을 한다. 고사리를 꺾고, 바다에 들고, 끼니를 걱정하고, 늙음과 병듦을 건너는 시간들이 시편마다 구체적인 몸의 기억으로 살아 움직인다. 추천사에서 말하듯 이 시집은 “읽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들리고 머물고 다시 살아”난다. 개인의 하루가 오름을 넘어 바다까지 이어지고, 한 사람의 기억이 마침내 공동체의 서사로 넓어지는 방식이 이 시집의 미덕이다.

특히 제공된 시 「음력 2월 바다」는 이 시집의 핵심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학생이어야 할 화자가 동생들 밥상에 올릴 저녁거리를 찾아 차가운 바다로 향하는 장면은, 가난과 책임이 어떻게 유년의 시간을 먼저 데려가는지 압축해서 드러낸다. 시가 남기는 “허기진 저녁 바다만 / 노을처럼 감겨온다”라는 구절은 단순한 서정이 아니라, 채워지지 않는 생의 결핍이 끝내 풍경의 색으로 번져가는 순간에 가깝다. 장영심의 시가 울림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름다움을 말하면서도 그 아름다움 아래 깔린 생활의 통증을 지우지 않는다.

시집 전체를 감싸는 정조 역시 인상적이다. 출판사는 이 시집을 두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의 언어”라고 설명하는데, 그 위로는 추상적 위안이 아니다. 요양원의 신음, 가족의 부재, 노동의 무게, 가난의 기억을 외면하지 않은 끝에서 비로소 길어 올린 위로다. 그래서 이 책의 다정함은 가볍지 않고, 따뜻함은 느슨하지 않다. “늦게 펴도 꽃은 꽃!”이라는 해설 속 문장이 암시하듯, 장영심의 시는 제주의 바람과 소금기, 허기와 노동, 그리고 끝내 사람을 놓지 않는 마음을 한 편 한 편의 리듬으로 증명해 보인다. 『성게 안에 꽃이 핀다』는 지역의 언어가 어떻게 보편의 정서로 번져가는지를 보여주는, 밀도 높은 두 번째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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