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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없는 곳으로 향하는 시선, 『별 볼 일 없는 데만 가게 된다』 (유승도, 창비)

자연 속에서 길어 올린 고독과 순환의 감각을 담은 신작 시집

장세환2026년 4월 20일 오후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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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 일 없는 데만 가게 된다.jpg출판사 제공

북적이는 중심에서 한 발짝 비켜선 자리, 그곳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유승도 시인의 신작 시집 『별 볼 일 없는 데만 가게 된다』는 화려함과 거리가 먼 공간을 택해 오히려 더 깊은 감각과 사유를 길어 올린다. 강원도 산중에 정착해 자급자족의 삶을 이어온 시인의 시간이 고스란히 시편 속에 스며 있다.

시집에는 총 63편의 시가 실렸다. 시인은 자연을 대상이 아닌 함께 숨 쉬는 존재로 바라본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위계를 지우고, 모두가 같은 자리에 놓인 ‘평평한 세계’를 그려낸다. “너도 나도 자연의 세포”라는 인식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내려놓게 만들며, 존재들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흐린다.

문장은 담백하다. 꾸미지 않은 말들이 이어지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인은 일상의 장면을 통해 삶의 본질을 건드린다. 산속의 고요, 바람에 흔들리는 잎,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같은 사소한 풍경들이 쌓이며, 살아간다는 일의 감각을 다시 환기시킨다.

죽음 역시 중요한 축으로 흐른다. 가까운 이의 부재를 마주하는 순간, 시는 비통함을 드러내면서도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순환의 한 과정으로 그려지고, 그 인식은 시 전체에 잔잔하게 스며든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슬픔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한다.

표제작이 드러내듯, 시인은 일부러 ‘별 볼 일 없는 곳’을 찾는다. 사람들이 몰리는 자리보다 한적한 장소를 택하는 태도는 세속적 욕망에서 거리를 두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 선택 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삶의 소박한 기쁨과 존재의 균형이다.

산과 바람, 생명과 죽음이 뒤섞인 풍경 속에서 시인은 말한다. 조용히 바라보고, 조용히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시의 끝자락에 남는다. 그 느린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바쁘게 흘러가던 일상도 잠시 걸음을 늦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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