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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버텨낸 끝에 남은 한 이름,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 (박명수, 시와사람)

고통과 감사 사이, 한 사람을 향한 시의 고백

장세환2026년 4월 15일 오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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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jpg출판사 제공

삶을 끝까지 견뎌낸 사람만이 꺼낼 수 있는 말이 있다.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 이 한 문장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 전체를 관통하는 고백에 가깝다. 박명수 시인의 시집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은 바로 그 고백을 중심에 놓고, 한 인간이 겪어온 고난과 회복의 시간을 시로 풀어낸다.

이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화려한 수사나 난해한 상징보다, 삶의 체험에서 길어 올린 언어에 집중한다. 어린 시절의 가난과 가족의 기억, 인간관계 속에서의 상처, 그리고 끝내 자신을 일으켜 세운 시간까지, 시인은 자신의 삶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고통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꺼내 놓는 방식은 독자에게 오히려 더 깊은 공감을 건넨다.

특히 표제작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은 이 시집의 정서를 압축한다. 삶을 지탱해 온 ‘당신’이라는 존재는 연인일 수도, 가족일 수도, 혹은 신앙의 대상일 수도 있다. 그 모호한 대상은 오히려 더 넓은 의미를 확보하며, 독자 각자의 삶 속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시집 곳곳에는 반복되는 이미지가 있다. 산, 바람, 눈, 그리고 계절의 흐름이다. 이는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시인이 감정을 정리하고 삶을 견디기 위해 찾아간 공간이자 시간의 은유로 읽힌다. “산에 가서 울었네”라는 고백처럼, 자연은 시인에게 감정을 비워내는 장소이자 다시 시작하는 지점이 된다.

또한 이 시집은 고통을 단순히 극복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시인은 시련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결국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습니다”라는 문장은 체념이 아니라, 긴 시간을 지나 도달한 수용의 언어다.

문체 역시 특징적이다. 일상적인 어휘와 직선적인 문장으로 구성된 시들은 읽는 데 큰 장벽이 없다. 대신 감정의 전달력에 집중하며, 독자가 쉽게 자신의 경험과 겹쳐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시가 개인의 독백에 머무르지 않고 ‘공감’으로 확장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당신이 아니 계셨더라면』은 거창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이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며, 끝내 삶을 긍정하게 되는지를 조용히 따라가게 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남는 것은 단 하나의 질문이다. 내 삶을 버티게 한 ‘당신’은 누구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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