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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고독의 언어로 삶을 견디다, 『설탕 어머니』 (류현주, 파란)
등단 시인 류현주 첫 시집… 결여와 상실의 세계를 통과하는 60편의 시
출판사 제공
류현주 시인의 첫 시집 『설탕 어머니』가 출간됐다. 2024년 문예지 서정시학을 통해 등단한 류현주는 이번 시집에서 「눈사람」, 「一 획」, 「내 명의의 집」 등 모두 60편의 시를 선보인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류현주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삶의 결여와 상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가족의 죽음과 기억, 도시 문명 속에서 느끼는 고독,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의 감각 등이 시집 전반을 관통한다. 시인은 익숙한 현실을 비틀어 낯선 이미지로 환기하며, 일상의 풍경 속에서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상처를 길어 올린다.
대표작 「눈사람」은 이러한 시적 세계를 잘 보여준다. 눈 내리는 밤 공원에 서 있는 눈사람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인간 존재의 고독을 드러낸다.
“눈 내리는 밤 공원에
누군가 만들어 놓고 간 눈사람
전생에 한 번쯤은 사람이었던 걸까”
이 시에서 눈사람은 말도, 감각도 없는 존재지만 세상의 고통을 대신 품은 상징처럼 서 있다. 시인은 사물과 풍경을 통해 인간의 기억과 상실을 읽어내며, 존재의 깊은 층위를 탐색한다.
또 다른 시 「一 획」에서는 글자 하나에 매달린 강물의 이미지를 통해 언어와 시간의 무게를 사유한다. 시인은 수많은 기록과 문장이 사라지는 시간 속에서도 끝내 남는 것은 단 하나의 ‘획’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삶과 언어의 본질을 성찰한다.
이번 시집은 네 개의 부로 구성됐다. 각 부에는 삶의 결핍과 기억, 인간 관계의 균열, 도시적 고독과 존재의 질문 등이 다양한 이미지와 상징으로 펼쳐진다. 시 속 화자는 현실과 환상, 기억과 현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계를 새롭게 바라본다.
문학평론가 이경수는 해설에서 류현주의 시를 “결여와 어긋남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평가한다. 사라진 존재들과 남겨진 기억들이 서로 교차하며, 부재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는 독특한 시적 세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설탕 어머니』는 상실과 고독을 견디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감각을 시로 풀어낸 작품이다. 시인은 삶의 균열과 결핍을 외면하지 않고 언어로 끌어올리며, 상처 속에서도 끝내 살아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조용히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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