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배우 김신록은 무대 위에서뿐 아니라 무대 밖에서도 삶과 예술을 탐구해왔다. 『절룩거리며 찾아나선 정화의 순간들』은 그가 연기와 연기 바깥을 오가며 기록한 에세이와 리뷰를 모은 책이다. 저자는 “예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예술은 삶의 하중 위에서만 단단히 버틸 수 있다고 고백한다. 무대와 스크린 속에서 배우는 자신의 경험과 재능을 집중시켜 한순간을 터뜨리지만, 카메라 바깥의 삶에는 수많은 우연과 잉여가 널려 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카메라와 무대 안팎에서 쓴 생활밀착형 에세이로, 배우가 배역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상 속에서 드러낸다. 허무와 자기혐오, 인정욕구와 경쟁심에 흔들리던 순간에도 그는 공연장과 영화관,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력을 다한 누군가의 가장 깨끗하고 사심 없는 한순간을 목격하기 위해”라는 그의 고백은 예술이 주는 정화의 힘을 증명한다turn0search_web.
2부는 공연과 전시 리뷰를 모았다. 배우의 시선으로 쓴 비평은 감상적 어휘를 배제하고 현장 중심적이다. 연극 「오레스테이아」와 「연옥」을 본 뒤 쓴 글에서는 ‘딜레마!’ ‘파토스!’ 같은 스타카토식 발화가 두드러지며, 이는 독자의 주의를 단숨에 집중시킨다. 객석 규모 20석의 소극장에서 그는 배우들의 절제된 몸짓과 허구와 실재가 뒤섞이는 무대를 기록한다. 이는 단기간만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시적극장’의 순간을 붙잡는 작업이기도 하다.
김신록의 글은 자유분방하게 펼쳐지는 듯하지만 문장마다 단련된 문학적·연기적 기법이 배어 있다. 일상의 파편은 내면으로 들어가 하나의 이야기로 변주되고, 불현듯 무대나 전시 공간으로 전환된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설교 중 ‘마음’을 ‘냉장고’에 비유하는 순간, 저자는 냉장고 속 식재료들을 떠올리며 인간의 형이하학적 존재성을 드러낸다. 생활과 예술이 앙상블을 이루는 순간이다.
『절룩거리며 찾아나선 정화의 순간들』은 배우이자 관객, 리뷰어로서 김신록이 경험한 예술의 정화력을 기록한 책이다. 허무와 미움에 맞서 예술이 건네는 깨끗한 순간들을 붙잡으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미움이 영혼을 집어삼키는 속도를 이길 수 있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무기는 예술이 주는 정화의 순간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