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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기록으로 남고, 현장은 기억으로 남는다, 『형사 김복준』(김복준, 우물이있는집)

32년 강력계 형사의 진짜 이야기, 수사 기록에 남지 않은 현장의 사람들과 기억을 담다

장세환2026년 8월 4일 오전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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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김복준.jpg범죄 현장을 다룬 방송과 콘텐츠는 많다. 과학수사대는 증거를 분석하고 프로파일러는 범인의 심리를 추적한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자를 만나고, 범인을 쫓으며, 사건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사람은 형사다. 『형사 김복준』은 32년 동안 강력계 형사로 살아온 김복준이 직접 겪은 수사 현장의 기록이자, 기록 너머에 남은 기억들을 담아낸 에세이이다.

유튜브 채널 ‘김복준의 사건속으로’와 각종 방송을 통해 범죄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김복준은 이번 개정판 『형사 김복준』에서 수사 기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형사의 삶을 들려준다. 사건의 결과가 아닌 과정, 그리고 사건 속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크게 ‘형사 김복준’과 ‘인간 김복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전반부에서는 형사 시절 겪었던 다양한 사건과 수사 경험이 펼쳐진다. 잠복근무의 고단함, 범인을 추적하던 긴장감, 예상치 못한 실수와 반전, 그리고 피해자와 가족들을 마주했던 기억들이 담겨 있다.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뿐 아니라 형사가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형사에 대한 대중의 고정관념을 깨고자 한다. 많은 사람이 형사를 거칠고 냉정한 직업인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형사 역시 노래 한 곡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범인을 검거한 뒤에도 공허함을 느끼며, 가족의 얼굴을 보며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책에는 방송에서 미처 공개하지 못했던 현장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수사 기록으로만 남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삶과 감정이 함께 등장한다. 형사는 범인을 잡는 사람인 동시에 가장 먼저 피해자의 고통을 목격하는 사람이며, 때로는 사회가 외면한 비극을 고스란히 떠안는 증인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은 경찰 조직 내부의 현실과 변화도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사권 독립에 대한 이야기다. 네 살이던 딸이 아버지의 바람을 따라 "수사곤동입 하셔요!"라고 적어준 생일카드의 에피소드는 형사의 사명감과 가족의 애정을 함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오랜 세월 경찰이 바라왔던 제도적 변화와 한 형사의 인생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후반부 '인간 김복준'에서는 수사 현장을 떠나 한 개인의 삶이 펼쳐진다.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 세월과 노화에 대한 사색, 동료의 죽음을 바라보는 슬픔, 그리고 후회와 성찰이 담겨 있다. 특히 "가족이라는 우주", "우리 모두 늙습니다", "귀향"과 같은 글들은 범죄 수사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벗고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을 완벽한 형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끝내 해결하지 못한 사건과 미제로 남은 범죄 때문에 스스로를 "실패한 형사"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의 32년이 실패가 아니라 책임과 정의를 향한 치열한 여정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사건을 해결하는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람을 지키고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학교 법학박사이자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학과 교수를 역임한 김복준은 현재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범죄학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살인사건』, 『경성 살인사건』 등을 통해 범죄의 이면을 조명해 온 그는 이번 책에서 가장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형사 김복준』은 범죄 수사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 모음집이 아니다. 그것은 현장에 남겨진 눈물과 한숨, 분노와 연민, 그리고 사람에 대한 기록이다. 사건은 서류에 기록으로 남지만, 형사가 마주했던 현장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 책은 바로 그 기억들을 통해 형사라는 직업의 진짜 얼굴과 인간 김복준의 삶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특별한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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