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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살아온 시간이 결국 한 사람을 만든다”, 『끝내 오지 않은 사람』 출간(송이현, 상상인)
책과 여행, 가족과 이별 사이에서 길어 올린 조용한 삶의 기록
출판사 제공
시장 골목에서 젓갈을 사고, 오래된 책장을 다시 펼치고, 여행지의 낯선 풍경 앞에 오래 서 있는 일. 송이현 작가는 그런 평범한 순간들을 천천히 응시하며 삶의 온기를 길어 올린다. 산문집 『끝내 오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읽고 살아온 시간들이 한 사람의 문장이 되어 쌓여가는 과정을 담아낸 책이다.
상상인에서 출간한 『끝내 오지 않은 사람』은 책과 일상, 여행과 기억, 가족과 이별을 오가며 삶의 의미를 더듬는 산문집이다. 작가는 특별한 사건보다 “시장에서 젓갈을 사는 일, 오래된 책을 다시 펼치는 일, 누군가의 죽음 앞에 멈춰 서는 일” 같은 익숙한 장면 속에서 삶의 깊이를 발견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읽고 쓰는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이 스며 있다. 송이현 작가는 “매일 밥을 먹듯 책을 읽고” 그 흐름을 따라 글을 써왔다고 말한다.
고흐와 테오의 우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고, 나혜석의 시간을 따라가며 여성의 삶과 시대의 억압을 성찰한다. 오래된 책 속 문장을 다시 발견하는 기쁨도 책 곳곳에 배어 있다.
“누렇게 변한 오래된 책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문장을 발견한 기쁨이 반갑다. 독서는 여전히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가장 조용하고 든든한 양식이다.”
산문집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부재’와 ‘기다림’이다. 제목 『끝내 오지 않은 사람』처럼, 책 속에는 다시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잔잔하게 흐른다. 미처 안아주지 못한 사람, 더 오래 곁에 두지 못한 사람을 떠올리는 문장들은 독자의 오래된 기억까지 건드린다.
“우리의 인생에도 수많은 빗금 같은 실수가 남는다. 그중 가장 아픈 빗금은, 당신을 더 오래 안아주지 못한 일이다.”
여행에 관한 글 역시 단순한 기행문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유럽과 중국의 풍경 속에서 인간의 삶과 문화, 자신의 편견과 감각을 다시 돌아본다. 강원도의 산길을 지나며 “회색을 통과한 사람이 더 깊게 알아보는 초록의 세계”를 발견하는 대목은 이 산문집의 결을 잘 보여준다.
책에는 신앙과 윤리에 대한 성찰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성당과 순례, 기도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은 설교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대신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 삶 앞에서 겸손해지려는 태도로 이어진다.
송이현 작가는 고흥 출생으로 상담심리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으며,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시집 『모든 만남은 이별을 품는다』, 『한 번쯤 마주칠 것 같은 날』과 산문집 『그녀가 내게로 왔다』 등을 펴냈다.
『끝내 오지 않은 사람』은 화려한 문장으로 독자를 압도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된 일기장처럼 조용히 곁에 앉아 말을 건넨다. 읽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자신의 가족과 고향, 지나쳐온 사람들, 그리고 끝내 돌아오지 못한 어떤 시간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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