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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 버티는 우리들의 민망한 속마음”, 『인간실격도감』 출간(박우진, 모티브)
완벽한 척 살아가는 시대, 찌질하고 초라한 마음을 정면으로 꺼내다
출판사 제공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밤을 맞는다. 친구의 성공을 축하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서늘해지고, 헤어진 연인의 사회관계망을 몰래 들여다보며 이미 끝난 감정을 붙잡는다. 가족에게는 가장 쉽게 짜증을 내면서도 뒤돌아 후회하고,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무너질 듯 흔들린다.
『인간실격도감』은 바로 그런 인간의 숨기고 싶은 속마음을 정면으로 들춰내는 책이다. 생활 만화 작가 박우진이 펴낸 이번 책은 ‘좋은 사람인 척’, ‘괜찮은 어른인 척’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순과 불안을 유쾌하면서도 씁쓸하게 그려낸 그림 에세이다.
책은 제목부터 강렬하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을 연상시키는 제목처럼, 이 책 역시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한 사람일까”라는 감정을 건드린다. 하지만 분위기는 절망보다 공감에 가깝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의 모습을 비웃기보다 “사실 우리 다 비슷하게 흔들리며 살아간다”는 위로에 더 가까운 시선을 건넨다.
목차만 훑어봐도 지금 시대의 감정 지형이 드러난다. ‘헤어지고 사진 정리 못 하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 ‘타인의 평가에 예민한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친구랑 놀고서 집 가면 공허한 당신이 봐야 할 만화’, ‘번아웃을 느끼고 있는 당신이 봐야 할 만화’ 같은 제목들은 독자의 마음을 정확히 겨냥한다.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과 관계를 다룬 부분은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부모에게 무심했던 기억, 연락을 미루는 습관, 가족에게 쉽게 상처 주는 말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동시에 연애와 우정, 사회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비겁함과 질투, 자기연민까지도 숨김없이 펼쳐낸다.
저자는 생활 만화 특유의 현실적인 감각으로 독자의 방어막을 자연스럽게 허문다. 무겁게 설교하거나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민망할 정도로 솔직한 장면들을 보여주며 독자가 스스로를 발견하게 만든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이거 완전히 내 이야기인데”라는 순간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인간실격도감』은 결국 인간의 결함을 고백하는 책이다. 그러나 그 고백은 체념이 아니라 이해에 가깝다.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인정할 때 오히려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건넨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무표정해지고, 괜찮은 척 버티는 일이 익숙해진 시대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너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해준다. 웃기지만 어딘가 아프고, 가볍게 읽히지만 오래 남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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