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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사물과 상실의 기억을 시와 이미지로 길어 올리다, 『장독대와 꽃무덤』(안은숙, 샘문)
한용운문학상 수상 기념으로 묶은 안은숙의 첫 시화집이 가족의 기억과 자연의 표정을 통해 삶과 부재의 감각을 서정적으로 펼쳐냈다.
출판사 제공
안은숙의 『장독대와 꽃무덤』은 소설로 먼저 이름을 알린 작가가 시의 형식으로 옮겨온 내면의 결을 보여주는 시화집이다. 제목에 나란히 놓인 ‘장독대’와 ‘꽃무덤’이라는 이미지부터 생활의 온기와 상실의 정서를 함께 불러낸다. 한용운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묶인 이번 책은 이전 소설이 펼쳐 보였던 사건 중심의 서사와는 다른 결로, 삶의 주변과 기억의 잔상을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응시한다.
책은 1부 ‘한여름밤의 꿈’과 2부 ‘마음으로 찍은 사진’으로 구성됐다. 앞부분이 아버지, 어머니, 기다림, 공허, 욕망 같은 삶의 감정과 존재의 무게를 시로 끌어안는다면, 뒤로 갈수록 꽃과 나무, 연못, 구름, 하굣길 같은 풍경이 사진과 결합하며 디카시의 형식으로 확장된다. 시와 사진이 서로를 장식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억과 감정이 사물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 이 책의 인상적인 지점이다.
무엇보다 이 시화집의 중심에는 가족의 시간이 놓여 있다. 칠 남매를 키워낸 어머니의 삶과 그 부재, 늙어가는 아버지의 노동, 지나간 관계와 이별의 기억이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생활의 이미지 속에서 되살아난다. 출판사 역시 이 책을 두고 “삶의 여정과 생활 주변의 소재”를 담아낸 시집이라고 설명하는데, 실제로 책은 일상의 사물을 통해 훨씬 더 오래 남는 정서를 끌어낸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과 개인적 기억이 겹쳐지면서, 독자는 한 사람의 감상을 넘어 생의 무게와 무상에까지 이르게 된다.
안은숙은 작가의 말에서 자유시와 서정시, 디카시를 함께 접목해 보려 했다고 밝힌다. 그 시도는 이 책에서 하나의 실험으로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문학적 이력을 다른 장르로 번역해 보는 과정에 가깝게 읽힌다. 소설에서 보여준 상상력의 스케일을 접고 더 작은 장면과 더 가까운 감정으로 이동한 이번 책은, 시와 교감하는 시간이 왜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증명한다. 시를 통해 마음속 진심을 꺼내고 자연과 대화하려는 태도가 한 권의 온도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장독대와 꽃무덤』은 기념비적 수상 시집이라기보다 오래 품어온 감정을 비로소 이미지와 언어로 정착시킨 첫 시화집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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