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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다, 『투명 물고기』 (권혁재, 여우난골)
사랑과 노동, 소멸과 AI 시대를 하나의 감각으로 묶어낸 여섯 번째 시집
출판사 제공
“스쳐도 느끼지 못한 / 지느러미 흔적들”
권혁재의 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붙잡기보다, 그 흔적이 남는 방식을 따라간다. 『투명 물고기』는 손에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각을 중심에 둔다.
표제작 「투명 물고기」에서 사랑은 드러나지 않지만 지워지지도 않는 상태로 남는다. “지워도 훤히 보이는 / 유리 같은 손바닥에”라는 문장은, 사라짐과 남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감각을 압축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부재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존재로 읽힌다.
시집은 이러한 감각을 일상의 장면으로 확장한다. 「밥집에서」에서는 “뒤에 올 사람은 / 천천히 먹고 가라는 표시를 / 한 톨의 밥알로 남기고 간 것인지”라는 구절처럼, 사소한 흔적이 관계를 이어가는 단서로 남는다. 앞사람과 뒷사람이 겹치는 자리에서 시간은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한편 「미필적 고의」에서는 일상의 풍경이 갑작스럽게 뒤틀린다. “살구꽃들이 연탄가스를 마시고 / 집단자살을 하였습니다”라는 문장은 평범한 계절의 이미지에 균열을 만든다. 개인의 기억과 상실이 일상의 언어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이다.
노동과 시간 역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막교대와 진폐, 장시간의 노동은 설명 없이 놓이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무게를 형성한다. 시는 그 장면을 해석하지 않고 남겨두며, 독자가 그 자리에 머물게 한다.
“다음 이후의 다음은 없다”라는 문장처럼, 시집은 미뤄진 시간과 도달하지 못한 약속을 끌어온다. 지금이 아닌 다음으로 밀려난 삶의 감각이 여러 장면에 겹쳐진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자리에서 계속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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