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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흐르는 것들, 『무언의 강』 (한우수, 북랩)
침묵을 통해 삶과 감정을 건져 올리는 세 번째 시집
출판사 제공
“강은 말이 없다
어디에서 왔느냐 묻지 않고
어디로 가는지 답하지 않는다”
한우수 시인의 시집 『무언의 강』은 이 문장처럼 시작해 끝까지 흐른다. 설명하지 않고, 붙잡지 않고, 다만 흘려보낸다.
이번 시집은 ‘침묵’을 중심에 둔다. 말이 넘치는 시대라는 전제를 세우지만, 그 반대편으로 밀고 들어간다. 시인은 자연과 도시, 관계와 기억을 지나며 소리를 덜어내는 쪽을 선택한다.
1부에서는 자연을 따라간다. 산과 바람, 강과 들판은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기척과 떨림으로 남는다. 풍경은 배경이 아니라 감각을 깨우는 방식으로 놓인다.
2부에 들어서면 장소가 구체화된다. 시장, 역, 골목, 바다 같은 생활의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시선은 바깥보다 안쪽으로 향한다. 삶의 표면을 묘사하기보다 그 안에서 남는 흔적을 더듬는다.
3부는 관계의 영역이다. ‘그대’라는 이름 아래 놓인 감정은 과장되지 않는다. 가까이 있지만 쉽게 닿지 않는 거리, 말보다 늦게 도착하는 마음 같은 것들이 이어진다.
마지막 4부는 어둠과 빛의 문제로 넘어간다. 이 시집에서 어둠은 밀어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품어야 할 조건으로 제시된다.
“모든 것을 품고도
마침내 놓아주며 흐르는 일
삶이란, 그렇게”
이 문장은 시집 전체를 압축한다. 붙잡는 대신 흘려보내는 태도, 설명보다 감각에 가까운 언어가 끝까지 유지된다.
『무언의 강』은 무엇을 말하기보다, 무엇이 남는지를 따라가는 시집에 가깝다. 읽는 동안보다는 덮은 뒤에 더 오래 남는 종류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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