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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는 어디까지 밀려 내려갈 수 있는가, 『미루나무』 임승규 시집 출간(임승규, 학이사)
제도와 관계의 바깥에서 밀어붙인 고독의 기록
출판사 제공
낮은 자리로 가라앉는 문장들이 있다.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감정을 정리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흘려보낸 언어들이다. 임승규 시인의 시집 『미루나무』는 그런 문장들로 시작해 끝내 독자를 한 지점까지 끌고 간다. 이해하기보다 먼저 부딪히게 만드는 시, 그것이 이 책의 출발선이다.
이 시집은 감상을 위한 언어라기보다, 존재를 견디기 위한 기록에 가깝다. 사회적 질서나 통념에 기대지 않은 채, 스스로의 내부를 끝까지 파고드는 방식으로 쓰였다. 시인은 타인을 향해 발화하기보다 자신을 향해 해부하듯 문장을 밀어붙인다. 그 과정에서 시는 설명을 버리고, 이미지와 감각만을 남긴다.
“내가 받은 답장은 내 눈물 가득한 메아리”라는 구절처럼, 이 시집의 언어는 되돌아오는 울림으로 구성된다. 바깥으로 나아가지 못한 감정이 안쪽에서 반복되고, 그 반복이 시의 형식이 된다. 읽는 이는 그 흐름 속에서 문장을 해석하기보다, 감각의 압력을 직접 통과하게 된다.
표제작 「미루나무」는 이러한 세계를 압축해 보여준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나무의 형상은, 외부와 타협하지 않으려는 존재의 태도로 이어진다. 여기서 미루나무는 자연의 이미지가 아니라, 버티는 방식 그 자체에 가깝다. 흔들림과 고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 모순이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이 책은 친절하게 읽히지 않는다. 문장은 종종 끊어지고, 의미는 쉽게 닿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시는 작동한다. 이해되지 않는 상태를 견디는 과정이 곧 읽기의 일부가 된다. 시집이 요구하는 것은 해석 능력이 아니라, 그 불편한 밀도를 통과하는 태도다.
그렇게 남는 것은 하나의 장면이다. 의미로 정리되지 않는 감각, 설명되지 않는 고독, 그리고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는 어떤 내부의 힘이다. 이 변화는 이미 시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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