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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대신 눈으로 답하는 시, 『누군가 네 이름을 묻거든 눈이 내린다고 하렴』 (박희승, 고요아침)

설명보다 여백으로 감정을 건네는 첫 시집

장세환2026년 4월 1일 오후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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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네 이름을 묻거든 눈이 내린다고 하렴.jpg출판사 제공

“누군가 네 이름을 묻거든
눈이 내린다고 하렴”

이 한 문장은 시집 전체의 결을 보여준다. 박희승 시인의 첫 시집 『누군가 네 이름을 묻거든 눈이 내린다고 하렴』은 사물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풍경으로 감정을 건네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시집 곳곳에는 눈, 바람, 나무, 절집 같은 이미지가 반복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한 자연의 묘사가 아니다. 시간의 흐름과 삶의 흔적을 비추는 장치로 작동한다.

“잔설 녹아
눈물져 찰랑이는 개울가
수선화가 핀다고”

사라지는 것과 피어나는 것이 동시에 놓인다. 이 시집의 특징은 바로 이 ‘겹침’에 있다. 끝과 시작이 나뉘지 않고, 한 장면 안에서 함께 흐른다.

중반부로 갈수록 시선은 개인의 기억으로 옮겨간다. 병실, 귀향, 가족 같은 장면이 등장하지만 감정은 과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여러 번 무너졌고,
여러 번 다시 일어났다.”

직접적인 문장조차도 절제된 호흡으로 놓인다. 울음을 밀어붙이기보다, 독자가 스스로 닿게 만드는 방식이다.

후반부에서는 계절의 끝자락 같은 정서가 이어진다.

“아직 흰 눈이 내리기엔 이른 시절인데”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 닫히지 않은 시간 속에서 시는 멈춘다. 결론을 내리지 않고 남겨두는 태도다.

이 시집은 무언가를 크게 말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작게 남겨 둔다. 말과 말 사이,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간격 속에서 감정이 스며들도록 만든다.

그래서 이 시집은 읽는 것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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