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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본질을 향해 던진 정면의 질문, 『당돌한 물음』 (이상호, 시와함께 넓은마루)

사소한 장면에서 길어 올린 존재의 의미와 인간에 대한 성찰

장세환2026년 3월 18일 오전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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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한 물음.jpg출판사 제공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일수록, 삶의 근원적인 질문은 오히려 더 멀어지기 쉽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에 대한 물음은 일상의 소음 속에서 쉽게 묻힌다. 이상호 시인의 시집 『당돌한 물음』은 그 잊힌 질문들을 다시 꺼내 들며, 독자를 삶의 가장 깊은 자리로 이끈다.

시와함께 넓은마루에서 출간된 이번 시집은 오랜 시간 시의 길을 걸어온 시인의 사유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1982년 등단 이후 꾸준히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 온 이상호 시인은 이번 작품에서 인간과 삶, 사랑과 시간,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향한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제목 그대로, 시는 주저하지 않고 핵심을 향해 다가간다.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에서 출발한다. ‘꽃’, ‘별똥별’, ‘당돌한 물음’, ‘눈감고 코끼리 더듬기’ 같은 시편들은 익숙한 풍경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비춘다. 시인은 유머와 역설, 절제된 언어를 활용해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순간들에 균열을 내고, 그 틈으로 질문을 스며들게 한다. 단순한 감정의 토로를 넘어, 생각을 멈추게 하는 지점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특히 상실과 애도의 시간을 통과한 시편들은 이 시집의 중심을 이룬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눌러 담는 방식으로, 존재의 무게와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의 울림을 만들어내는 시인의 태도는 읽는 이로 하여금 더 깊은 사유에 머물게 한다. 시는 설명하지 않지만, 대신 오래 남는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시의 역할을 다시 묻는 점도 눈에 띈다. 기술과 효율이 중심이 된 사회에서, 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시집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결국 시는 인간의 체험과 양심에서 비롯된 진정성 있는 언어라는 점, 그리고 그 언어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한다.

『당돌한 물음』은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그 질문은 독자의 삶으로 이어진다.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물음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게 된다. 어쩌면 그 멈춤이야말로 지금 가장 필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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