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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년 산골 교실이 남긴 따뜻한 기록, 『따뜻한 쉼표』 출간(김옥순, 쉬는시간)

산골 아이들과 선생이 함께 키운 삶의 정원, 교육 시인의 첫 시집

장세환2025년 12월 5일 오전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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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쉼표.jpg출판사 제공

쉬는시간이 김옥순 시인의 시집 『따뜻한 쉼표』를 펴냈다. 경북 영양여자고등학교에서 사십 년째 아이들을 가르쳐 온 현직 교사가 교실과 마을, 자연에서 건져 올린 순간들을 담은 교육 시집이다. 시인은 “그 모두가 내겐 사랑이었다”고 고백하며, 교단 위에서 흘려 보낸 세월을 꽃과 아이들, 부모와 스승의 얼굴로 다시 불러낸다.

1부에서는 교실 안팎의 풍경이 먼저 독자를 맞는다. 창가 화분을 보며 늦게 피는 아이들을 응원하는 「만손초」, 제때 피지 못한 이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 「꽃 필 때가 너에게 봄」, 가시에 예민한 아이와 마음을 풀어 가는 과정을 그린 「고슴도치에게」와 「가시」에는 교사의 일상과 교육의 진심이 스며 있다. 버려진 줄 알았던 화분이 끝내 꽃을 피우는 이야기를 그린 「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다」는 포기하지 않는 눈길이 아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 준다.

시선은 곧 교실을 넘어 삶 전체로 확장된다. 「그때는 몰랐다」에서는 아버지의 어깨를 주무르던 어린 날의 기억을 소환하며 부모의 노동과 사랑을 새긴다. 「세상의 중심」에는 영양 산골로 날아온 도시 아이들의 말투와 표정이 고스란히 살아 있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어느 지역에서든 아이가 곧 세계의 중심임을 일깨운다. 세월호 참사와 대형 산불을 배경으로 한 시편들에서는 “선생으로서 지켜 주지 못했다”는 무거운 죄책감과 시대를 향한 비통함이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번져 간다.

자연시도 이 시집의 큰 축이다. 바위틈에 숨었다가 바람에 간지러워 샛노란 웃음을 터뜨리는 「기린초」, 가장 낮은 자리에 내려앉았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삼월의 눈」, 철창 속 동물을 바라보며 인간과 자유를 되묻는 시편까지, 짧은 행 사이로 삶과 존재에 대한 사색이 번진다. 시인은 아이와 꽃과 짐승을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독자가 자신의 하루를 다시 더듬어 보게 만든다.

저자는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양여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2022년 영남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이번 시집에는 그동안 교실과 삶을 오가며 써 온 시들을 갈무리했다. 104쪽의 얇은 책이지만, 긴 교직 생활과 한 시인의 성찰이 응축돼 있어 “교사에게는 교육의 일기장, 일반 독자에게는 마음을 덮어 주는 작은 담요 같은 시집”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긴 하루 끝, 한 편씩 펼쳐 읽기 좋은 『따뜻한 쉼표』는 교실을 기억하는 모든 이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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