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공황과 통증 너머의 회복 『신문지 속 고기 반 근의 무게』(문성환, 기역)

가난과 사랑의 무게를 시로 기록하다

장세환2026년 8월 19일 오후 8:26
53

신문지 속 고기 반근의 무게.jpg출판사 제공

문성환의 첫 시집 『신문지 속 고기 반 근의 무게』는 죽음의 문턱에서 시작된 내밀한 고백을 담은 작품이다. 열일곱 살에 가슴에 여섯 개의 관을 꽂고 사투를 벌이던 소년, 그 곁을 지키며 발을 동동 구르던 어머니의 사랑과 가난이 빚어낸 34년의 통증과 공황의 기록이 네 개의 장과 그림으로 엮였다.

이 시집은 단순한 슬픔의 나열이 아니다. 차가운 공기보다 시린 외로움과 싸우며 버텨온 날들 속에서, 마침내 어머니와 자신의 심장 무게가 포개어지는 순간을 마주하는 치유의 여정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 들고 오던 까만 봉지 속, 신문지에 싸인 ‘고기 반 근’은 지독한 가난을 버티게 만든 중력이었고, 그것이 결국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뜨거운 심장 무게였음을 깨닫는 자각은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책 속에서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살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썼다.”

시집은 네 개의 부로 구성된다. 1부는 휑한 마음밭에 내린 소나기처럼 불안과 설렘을, 2부는 까맣게 부어오른 폐부와 불면의 밤을, 3부는 덤덤한 인생과 어머니의 흔적을, 4부는 악다문 입술 너머 달콤한 회복을 담았다. 마지막 에필로그 시 「떨어지지 않는 탯줄」은 어머니와의 연결을 끝내 놓지 못하는 삶의 질량을 상징한다.

문성환은 반평생 타인의 욕망을 디자인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은 낯설고 차가운 공간에 내던져 두었다. 쉰 살의 문턱을 넘어 그는 비로소 성벽 아래 숨어 있던 소년의 울음을 들었고, 평생 자신을 붙들던 공황과 작별하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불안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다.

『신문지 속 고기 반 근의 무게』는 휑한 마음밭에 내린 세찬 소나기처럼 거칠고 모질게 찾아온 불안과 공황을 헤치며, 마침내 가슴을 펴고 첫 숨을 쉬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통증과 거절의 터널을 지나 세상과 경계 없이 녹아드는 영혼의 날갯짓을 보여주는 이 시집은, 삶과 사랑의 무게를 시로 치환한 치유의 여정이다.

관련 기사

오사카 상가를 무대로 한 정통 미스터리, 『오마리가 살인사건』(아시베 다쿠, 더블샷)

오사카 상가를 무대로 한 정통 미스터리, 『오마리가 살인사건』(아시베 다쿠, 더블샷)

9월 8일 오후 9:38
20
끝나지 않는 이름 부르기, 『우리는 기꺼이 아무것도 아니어서』(김지숙, 걷는사람)

끝나지 않는 이름 부르기, 『우리는 기꺼이 아무것도 아니어서』(김지숙, 걷는사람)

9월 8일 오후 9:33
17
맛있다고 말해주는 순간의 기쁨, 『맛있다고 말해주니까 신이 난다』(이선애, 책책)

맛있다고 말해주는 순간의 기쁨, 『맛있다고 말해주니까 신이 난다』(이선애, 책책)

9월 8일 오후 9:31
15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