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공간이다. 날카로운 기계 소리와 소독약 냄새, 통증에 대한 긴장감 때문에 병원 문턱을 넘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김상훈 원장의 『수상한 화평치과』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치과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다. 이 책은 치아를 치료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공간으로서의 치과를 이야기하는 따뜻한 힐링 에세이다.
서울 강북구에서 20년 넘게 화평치과를 운영해 온 김상훈 원장은 수많은 환자를 만나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환자들이 진정으로 힘들어하는 것은 치료 과정의 통증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 자신의 고통을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 그리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오히려 더 큰 고통이 된다는 것이다.
『수상한 화평치과』는 이러한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치과의사의 시선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데 머물지 않고,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하려는 여정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진료실을 오간 수많은 환자의 이야기와 병원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들을 통해 관계와 공감의 의미를 전한다.
특히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 자신도 환자의 경험을 깊이 겪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심한 아토피로 고통받았고, 이후 예기치 않은 눈 질환으로 무려 열세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의사의 위치에서 환자의 위치로 옮겨간 순간, 그는 수술대 위에서 느끼는 막막함과 두려움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그 경험은 진료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고,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책 속에는 병원을 찾아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진료를 마친 뒤 "원장님, 사랑해!"라고 인사를 건네는 할머니, 긴장으로 몸이 굳어 있는 환자, 자신의 아픔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저자는 이들의 치아보다 먼저 표정을 살피고, 치료보다 먼저 마음을 읽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화평치과는 단순한 병원이 아니라 사람들이 잠시 기대어 갈 수 있는 쉼터처럼 그려진다.
김상훈 원장은 치과가 생각보다 심리적인 공간이라고 말한다. 입은 가장 연약한 부분을 드러내야 하는 곳이며, 사람들은 진료 의자에 앉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그렇기에 치과의사의 역할은 치료 기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환자가 안심하고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의 역할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책 제목에 '수상한'이라는 표현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치과는 일반적인 병원처럼 차갑고 엄숙하지 않다.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직원들이 서로를 응원하며, 환자의 기분과 표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저자는 병원다움의 기준을 고요함이나 경직된 질서가 아닌 '긴장이 조금 풀린 상태'로 정의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악이 다르고 위로받는 방식도 다르듯, 병원 역시 각자의 다름을 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수상한 화평치과』는 의료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은 먼 곳에 있는 거창한 가치가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진료실 밖의 일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환자를 향한 공감은 가족과 친구, 동료를 향한 이해와 연결되며 독자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남긴다.
저자는 블로그와 SNS를 통해 꾸준히 소통해 온 '마음을 듣는 치과의사'로도 알려져 있다. 『치과에서 만나는 서비스 심리학』을 공동 집필했던 그는 이번 책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차원을 넘어 관계와 신뢰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치과라는 공간을 통해 결국 삶과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수상한 화평치과』는 치과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치유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공감에 대한 이야기다. 빠른 속도와 경쟁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타인의 아픔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함께, 우리 모두가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음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치아를 치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을 이해하는 일임을 보여주는 따뜻한 에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