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린치가 남긴 마지막 자화상, 을유문화사 『꿈의 방』 복간
데이비드 린치 타계 1주년을 맞아 을유문화사가 그의 삶을 100여 명의 기억과 본인의 회고로 엮은 전기 『꿈의 방』을 다시 펴냈다.

출판사 제공
을유문화사가 데이비드 린치와 평론가 크리스틴 매케나가 함께 쓴 전기 『꿈의 방』(원제 Room to Dream, 윤철희 옮김)을 펴냈다. 2019년 국내에 처음 출간됐다가 절판된 이 책은, 린치가 2025년 1월 세상을 떠난 지 1주년을 맞은 2026년 5월 다시 세상에 나왔다. 복간본은 824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책은 독특한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매케나가 린치 주변 인물 100여 명을 인터뷰하고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전기 파트와, 그 서술을 읽은 린치 자신이 직접 회고를 덧붙이는 파트가 번갈아 이어진다. 분량의 절반은 증언, 절반은 회고로 채워지며, 같은 사건이라도 증언자에 따라 전혀 다르게 기억되는 장면들을 통해 한 사람의 생애가 얼마나 여러 겹으로 존재하는지를 드러낸다.
책에 실린 일화들은 구체적이다. 5년에 걸쳐 완성된 장편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1977) 제작기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린치가 촬영장 마구간에서 지내고, 주연 배우가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 5년 내내 같은 헤어스타일을 유지했다는 대목이 담겼다. 필라델피아에서 미술을 공부하던 시절 이른 나이에 아버지가 되며 느낀 불안이 이 영화에 스며들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트윈 픽스》(1990) 속 해럴드 스미스 캐릭터에는 린치 자신의 모습이 겹쳐 있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책은 린치가 평생 지켜온 태도도 비춘다. 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적 상징을 설명하거나 해석되기를 거부하며, 관객이 이해하기보다 느끼고 경험하고 혼란스러워하기를 바랐다고 소개된다. 딸의 출산 장면을 “순전히 구경하고 싶어서” 직접 지켜봤다는 일화는 그가 세상을 관찰하는 방식이 얼마나 남달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표지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앞표지의 ‘꿈의 방’이라는 글씨는 린치가 생전 한국어판을 위해 직접 손으로 쓴 것이며, 앞표지에는 그의 어린 시절 사진이, 뒤표지에는 말년의 모습이 실렸다. 이 책을 포함해 린치의 회고록을 여럿 번역한 윤철희는 그를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같은 르네상스 예술가”에 비유하며, 여러 매체와 형식을 넘나들며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낸 다재다능한 예술가로 평가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의 클럽 실렌시오 장면을 두고는 “관객이 된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운명이 부르는 노래에 맞춰 입을 벙긋거리는 존재”라는 해석을 남기기도 했다.
『꿈의 방』은 컬트영화의 제왕이라 불린 한 감독이 남긴 마지막 자화상이자, 그를 사랑한 이들이 함께 완성한 기억의 지도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