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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죽음과 병, 가난과 노동은 흔히 문학에서 절망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박윤일 시인의 첫 시집 『솜사탕 증후군』은 이들을 단순한 불행의 목록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서 서로를 업고 살아가는 작은 장면들을 끝까지 믿는다.
표제작 「솜사탕 증후군」 속 노인은 “쓸데없는 휴일로 소풍을 만들 수 있어서 사라지는 손목이 아프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라짐과 위로가 동시에 담긴 이 문장은, 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시는 죽은 자를 살리지 못하고, 병을 치유하지 못하며, 가난을 단번에 없애지 못한다. 그러나 시는 ‘쓸데없어 보이는 휴일’을 만들어, 그 휴일 속에서 잠시 소풍을 가능하게 한다.
시집에는 총 53편의 시가 실려 있다. 「꽃 피는 목격자」에서는 추락한 몸을 스쳐 지나간 목격자가 평생 진술서를 쓰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노래한다. “그가 눈물을 흘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 바늘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사람 아니라 했는데”라는 구절은, 인간의 고통과 목격의 책임을 동시에 드러낸다. 「천하장사 선발전」에서는 설악산 짐꾼의 숨소리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노동의 힘을 천하장사로 비유하며, 일상의 고단함을 장엄한 경기처럼 묘사한다. 「비올라를 위하여」에서는 옆 좌석 아주머니의 잠이 내 어깨에 닿을 때, 내가 아직 “꼭 필요한 악기”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이 시집은 병원 휴게실, 가난한 방의 알전구, 돌봄의 어깨와 체온 같은 이미지들을 통해 고통 속에서도 남아 있는 인간적 온기를 환기한다. 시인은 죽음과 병, 가난과 노동을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절망의 최종 형식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대신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등을 빌려 살아가는 장면을 끝까지 바라본다.
문학평론가 황정산은 이 시집을 두고 “아픈 것들이 서로를 업는 저녁”이라 평했다. 고통을 없애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고, 대신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하는 장면을 끝까지 믿는 태도. 그것이 『솜사탕 증후군』의 시학이다.
박윤일은 2004년 『시작』을 통해 등단했으며, 등단 20여 년 만에 첫 시집을 내놓았다. 시인은 “스스로 그러하게 피고 지는 수레국화 옆에 좀 더 머물러야겠다”는 말로 자신의 시적 태도를 밝힌다. 오래 기다린 만큼, 이번 시집은 삶의 고통을 정직하게 응시하면서도 작은 위로를 놓치지 않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솜사탕 증후군』은 사라지는 손으로 쓴 시집이다. 그러나 그 손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체온은 남는다. 그 체온이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위로다. 이 시집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작은 체온으로 오늘을 버티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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