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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붙드는 손으로 기록한 하루”, 『오늘도 수술대 위에서 삶을 배웁니다』 출간(신동규, 페스트북)

30년 외과 의사가 써 내려간 공공의료 현장의 뜨거운 기록

장세환2026년 5월 15일 오후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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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술대 위에서 삶을 배웁니다.jpg출판사 제공

새벽 응급콜 소리에 잠에서 깨고, 무거운 수술 가운을 입은 채 생과 사의 경계로 걸어 들어간다. 수술실 안에서는 단 몇 초의 판단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병실 밖에서는 가난과 외로움, 불안이 환자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오늘도 수술대 위에서 삶을 배웁니다』는 그런 현장을 30년 동안 지켜온 외과 의사의 기록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외과 과장 신동규가 펴낸 이번 책은 단순한 의학 에세이가 아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무게와 공공의료 현장의 현실, 그리고 그 안에서 끝내 인간의 존엄을 놓지 않으려는 한 의사의 시간을 담아낸 삶의 기록이다.

저자는 대학병원 수련과 군의관 생활을 거쳐 서울의료원, 적십자병원, 국립중앙의료원까지 공공의료 현장을 지켜온 외과 전문의다. 그는 책에서 수술 기술보다 먼저 “환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언어가 서툰 외국인 노동자, 보호자 없이 병실을 지키는 노인, 병원비를 걱정하다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들의 이야기가 담담한 문장 속에 스며든다.

특히 책은 외과 의사의 일상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끝없이 이어지는 당직과 학회, 피로와 긴장, 의료진 부족 속에서도 버텨야 하는 현실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필수과 의사의 삶은 늘 긴장과 피로, 그리고 버티기의 연속”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 책이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환자를 돌보며 마주한 소소한 장면들, 아내와 나누는 대화, 퇴근길의 커피 한 잔, 눈 오는 날의 풍경 같은 순간들이 따뜻한 숨결처럼 스며든다. 메스를 든 의사 이전에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시간들이 책 전체를 단단하게 받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기록’에 대한 저자의 태도다. 그는 기록을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삶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으로 바라본다. “신은 창조했지만 인간은 기록한다”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의료 현장을 다룬 책은 많지만, 이 책은 거창한 영웅담보다 “버텨내는 사람의 얼굴”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술실 안의 긴장만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견디며 오늘도 병원으로 향하는 사람의 숨결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도 수술대 위에서 삶을 배웁니다』는 결국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하루를 얼마나 당연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아무 일 없이 숨 쉬고, 밥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하는 일이 사실은 얼마나 기적 같은 시간인가를 말이다.

숨 가쁜 시대 속에서 삶의 감각이 무뎌졌다면, 이 책은 다시 한 번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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