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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같은 삶 끝에서 건져 올린 문장”, 『무진에서 북어를 낚다』 (오유미, 에세이스트사)

상실과 결핍의 시간을 지나며 길어 올린 첫 수필집

장세환2026년 5월 12일 오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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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에서 북어를 낚다.jpg출판사 제공

서울에서의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 한 사람이 있다. 미래를 쉽게 장담할 수 없던 시절, 그는 다락방에 머물며 책을 읽고 문장을 쓰는 일로 하루를 버텼다. 오유미 작가의 첫 수필집 『무진에서 북어를 낚다』는 그렇게 안개 같은 시간을 통과하며 남겨진 기록이다.

에세이스트사에서 출간한 이 책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서 제목의 모티프를 가져왔지만, 결은 다르다. 김승옥의 ‘무진’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우울의 공간이었다면, 오유미의 ‘무진’은 가족의 냄새와 기억,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 속에서 오늘을 견디게 하는 장소로 변한다.

수필집에는 부모를 향한 그리움과 생활의 결핍, 교사로 살아가는 일상, 오래 남은 상처와 질투 같은 감정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스스로의 부족함과 옹졸함까지 숨기지 않는다. 사촌의 성공을 보며 느꼈던 질투, 죽어가는 아버지 앞에서의 죄책감 같은 감정도 그대로 문장 속에 남겨 둔다.

대신 글은 무겁게 가라앉기보다 생활의 감각으로 다시 살아난다. 커피 향, 자판기 소리, 모카포트, 버터 비빔밥 같은 익숙한 풍경들이 상실의 기억과 포개지며 독자를 오래 붙든다.

“수필은 머리카락 한 올만큼도 숨을 공간이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의 문장들은 스스로를 감추지 않는다. 그 솔직함이 오히려 평범한 삶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2007년 『에세이스트』를 통해 등단한 오유미 작가는 국문학을 전공한 뒤 국어를 가르치며 꾸준히 수필을 써 왔다. 2025년 『에세이스트』 올해의 작품상을 받았고, 이번 책은 오랜 시간 축적된 문장들을 한 권으로 묶은 첫 결과물이다.

『무진에서 북어를 낚다』는 거창한 위로나 교훈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흔들리는 날에도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평범한 하루 속에서 무엇을 붙들고 버티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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