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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도착한 한 사람의 응원, 『아빠의 도시락 편지』(크리스 얀들, 이야기장수)

한 아빠의 짧은 문장이 왕따를 견디는 아이의 하루를 바꿨다

장세환2026년 4월 28일 오후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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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도시락 편지.jpg출판사 제공

『아빠의 도시락 편지』는 매일 혼자 점심을 먹던 열 살 딸의 도시락 가방에 넣은 짧은 편지에서 시작된 기록이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딸의 변화를 감지한 아빠 크리스 얀들은 직접 조언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 들기보다, 하루 한 통의 편지를 쓰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책은 그 편지 157일의 축적과, 그 시간을 건넌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편지는 길지 않다. 대부분 한 문장 혹은 몇 줄에 불과하다. “너는 하늘이고, 다른 모든 것은 날씨일 뿐”, “다정한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낫다” 같은 문장들이 도시락과 함께 딸에게 전해졌다. 아빠의 메시지는 성공하는 법이나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법, 타인의 평가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 태도를 반복해서 건넨다.

이야기의 배경에는 가족의 연속적인 이동과 아빠 자신의 위기도 놓여 있다. 직업 특성상 잦은 이사로 학교를 여러 차례 옮겨야 했던 딸, 직장 내 괴롭힘과 실직을 겪은 아빠는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아빠의 편지는 딸을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자신을 붙들기 위한 언어이기도 했다. 책은 이 두 방향의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숨기지 않는다.

아빠는 이 편지들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시작했다. 짧은 글은 딸뿐 아니라 성인이 된 독자들에게도 반향을 일으켰고, “이미 어른이 된 나에게도 필요한 말”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후 학교 관계자의 권유로 편지들은 책으로 묶였고, 현재까지 미국과 일본, 한국의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었다.

구성은 단순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 157일의 편지가 시간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진술이나 해설보다 메시지 자체가 중심에 놓이며, 독자는 하루에 한 장씩 넘기듯 읽게 된다. 한국어판에는 저자의 친필 편지 이미지가 수록돼, 편지가 가진 물리적 감각도 함께 전한다.

『아빠의 도시락 편지』는 부모 교육서나 자기계발서의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사건을 극적으로 재구성하지도 않는다. 이 책이 집중하는 것은 특정 순간마다 건네진 말 한 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점심시간이라는 고립된 시간, 그 시간에 도착한 편지가 아이에게 제공한 최소한의 연결을 보여준다.

이 책은 따돌림이라는 문제를 분석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한 아이가 버텨야 했던 하루와, 그 하루를 견디게 한 언어의 형태를 남긴다. 『아빠의 도시락 편지』는 짧은 문장이 어떤 방식으로 일상을 지탱하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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