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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겨냥할 때 조직은 달라진다, 『조직은 설계된다』(조현철, 스노우폭스북스P)
리더십·문화·커뮤니케이션·HR 제도·행동과학을 하나의 설계도로 묶어 조직 문제의 근원을 다시 묻는 통합 HR 전략서
출판사 제공
조직을 다루는 책들은 흔히 리더의 태도, 소통의 방식, 문화의 분위기 같은 개별 항목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은 설계된다』는 그 익숙한 처방의 방향부터 의심하는 책이다. 조현철 저자는 조직이 반복적으로 무너지는 이유를 사람의 자질이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설계의 부재’에서 찾는다. 리더십이 흔들리고, 소통이 막히고, 평가가 불신을 낳고, 문화가 선언에 머무는 이유가 따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잘못된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진단이다.
이 책의 핵심은 조직 문제를 파편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읽는 데 있다. 저자는 리더십, 조직 문화, 커뮤니케이션, HR 제도, 행동과학이라는 다섯 축을 따로 떼어 설명하지 않는다. 각각은 독립된 처방 항목이 아니라 하나의 설계도 위에서 맞물리는 메커니즘이며, 어느 한 부분만 손봐서는 조직 전체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리더 한 명’이나 ‘감성적인 조직문화 캠페인’에 기대는 방식이 왜 늘 제자리걸음으로 돌아오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조직문화를 다루는 방식이다. 많은 기업이 문화를 가치 선언이나 슬로건의 문제로 다루지만, 이 책은 문화가 행동과 사건, 의사결정, 보상의 누적으로 형성된다고 짚는다. 조직 정치 역시 몇몇 개인의 성향 탓이 아니라 그런 행동이 살아남도록 허용한 시스템의 산물로 본다. 커뮤니케이션을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평가를 인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록과 절차의 문제로, 교육을 프로그램이 아니라 행동 변화 설계의 문제로 끌어오는 시선은 이 책의 가장 강한 설득력이다.
저자 조현철은 코엑스에서 조직개발 TF를 이끌었던 현장 실무자이자 경영학 박사다. 현장의 감각과 학문적 검증을 함께 가져가려는 이력은 책의 문장 곳곳에서 드러난다. 조직을 낭만화하지도, 반대로 냉소적으로 소비하지도 않으면서 실제 현장에서 반복되는 실패의 패턴을 정교하게 언어화한다. 312쪽 분량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한국 조직이 왜 구성원의 열정만 요구한 채 구조 개혁에는 늦어졌는지에 대한 집요한 해부다.
『조직은 설계된다』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날카롭다. 왜 훌륭한 인재들이 조직 안에서 평범해지는가. 이 책은 그 답을 사람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조직이 어떤 행동을 보상하고 어떤 침묵을 학습시키며 어떤 판단을 반복하도록 설계되어 있는지부터 다시 보라고 요구한다. 성과를 내는 조직과 소모되는 조직의 차이가 우연한 분위기나 카리스마에 있지 않다는 사실, 바로 그 불편한 현실 인식이 이 책을 실무서 이상의 문제작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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