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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 한 편에 담긴 큰 상상력, 『열 손바닥 동시』 (유강희 외 9인, 브로콜리숲)

열 명의 시인이 펼쳐 보이는 ‘손바닥만 한 시’의 새로운 실험

장세환2026년 4월 20일 오후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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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손바닥 동시.jpg출판사 제공

손바닥 위에 올려도 될 만큼 짧은 시가 있다면, 그 안에는 무엇이 담길까. 『열 손바닥 동시』는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동시의 형식과 가능성을 새롭게 확장한다.

이 시집은 열 명의 시인이 각자 열 편씩, 총 100편의 작품을 모아 구성한 공동 동시집이다. 모두 ‘손바닥 동시’라는 동일한 형식을 공유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손바닥 동시는 말 그대로 손바닥 위에 적을 수 있을 정도로 짧은 시다. 유강희 시인이 처음 고안한 이 형식은 간결한 구조 속에서 이미지와 감정을 압축해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짧지만 단순하지 않고, 작지만 여운은 길다.

이 책의 의미는 단순한 형식 실험에 머물지 않는다. 한 시인의 시도에서 출발한 방식이 여러 시인의 참여를 통해 하나의 흐름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동시 문학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읽힌다. 각 시인은 같은 틀 안에서도 서로 다른 감각과 언어를 펼쳐 보이며 ‘십인십색’의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작품들은 일상의 작은 장면에서 출발한다. 자연, 동물, 감정, 상상 속 이미지들이 짧은 문장 속에 응축되어 독자의 감각을 자극한다. 몇 줄 되지 않는 시가 오히려 더 넓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 이어진다.

또한 이번 시집은 시인들이 직접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글과 그림이 하나의 호흡으로 맞물리며, 짧은 시가 지닌 리듬과 이미지를 더욱 또렷하게 전달한다.

『열 손바닥 동시』는 길고 설명적인 언어 대신, 짧고 정확한 감각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시를 어렵게 느끼는 독자에게는 가볍게 펼쳐볼 수 있는 입문서가 되고, 익숙한 독자에게는 새로운 형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손바닥만 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이 작은 시들은, 오히려 더 넓은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으로 조용히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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