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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 없이도 충분히 괜찮은 삶, 『왼손잡이 고양이에게 허락은 필요 없지』 (느린호수, 느린서재)
고양이와 그림, 그리고 책으로 이어진 ‘소심한 창작자의 하루’
출판사 제공
어떤 삶은 거창한 결심보다, 우연한 만남에서 방향을 틀어버린다. 『왼손잡이 고양이에게 허락은 필요 없지』는 고양이를 만나며 시작된 한 사람의 일상이 어떻게 조금씩 변해가는지를 따라간다.
저자는 두 마리 고양이를 입양하며 ‘집사’의 삶에 들어선다. 봉투와 봉달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들과의 하루는 예상과 달랐다. 돌봄과 걱정, 사소한 웃음이 뒤섞인 시간 속에서 그는 어느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결국 책까지 만드는 길로 나아간다.
이 책의 중심에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이 놓여 있다. 고양이의 화장실을 치우고, 사소한 이상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지치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하루들. 그 사이에서 저자는 자신이 쪼그라드는 이유를 들여다보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배워간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창작’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삶의 부산물처럼 따라온다는 점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고양이를 기록하다 보니 그림이 생겼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책이 만들어졌다. 책방을 드나들고 북페어에 나가며 쌓인 경험들은 소심한 개인을 조금씩 바깥으로 이끈다.
이 과정에서 돈이 되지 않는 일들조차 의미를 갖는다. 오히려 그 무용함 속에서 저자는 즐거움을 발견하고, 스스로 선택한 삶의 리듬을 만들어간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기록하는 행위가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꼭 누군가의 허락이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걸까.
조용한 일상 속에서 조금씩 방향을 바꾸는 삶, 그 미세한 변화들이 쌓일 때 비로소 한 사람의 세계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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