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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삶의 기록, 『길 위의 동행』 (강희미, 파란하늘)

시와 사진으로 완성한 한 사람의 인생 지도

장세환2026년 4월 15일 오전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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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동행.jpg출판사 제공

사람은 결국 혼자 걷는 존재일까, 아니면 끝내 누군가와 함께 걷는 존재일까. 강희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길 위의 동행』은 이 오래된 질문을 붙들고, 삶의 장면들을 시와 사진으로 동시에 기록해낸 책이다. 단순한 시집을 넘어, 여행과 기억, 그리고 관계를 한데 엮어낸 독특한 형식의 ‘포토 포엠’ 작품이다.

이 책은 자연의 미세한 변화에서부터 아이들과의 교감, 세계 곳곳의 순례와 여행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삶을 따라 5부로 구성된다. 인도 룸비니와 마추픽추, 세렝게티 같은 낯선 풍경과 교실 속 아이들의 웃음이 한 권 안에서 나란히 놓인다. 그 장면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누구와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는가.

강희미 시인은 30여 년 동안 국어 교사로 학생들과 함께해 온 교육자 출신 작가다. 첫 시집 이후 오랜 시간 쌓아온 삶의 경험을 이번 작품에 밀도 있게 풀어냈다. 교단에서 만난 아이들의 순수함, 가족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세계를 직접 발로 걸으며 체득한 감각이 시어로 정제되어 있다. 나이가 쌓이며 깊어진 시선이 문장 곳곳에서 묵직하게 드러난다.

이 시집의 특징은 ‘이미지와 언어의 결합’이다.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과 시가 함께 배치되며, 독자는 단순히 문장을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하나의 장면을 체험하게 된다. 풍경은 설명되지 않고 제시되며, 시는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여백을 남긴다. 그 사이에서 독자는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끌어오게 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동행’이다. 시인은 여행지의 풍경, 스쳐 지나간 사람들, 오래된 기억들까지 모두 하나의 동행자로 호명한다. 길 위에서 만난 모든 존재가 삶의 일부로 남는다는 인식이 시의 중심을 이룬다. 그래서 이 책은 화려한 사건보다 조용한 순간들을 더 오래 붙잡는다.

책을 덮고 나면 거창한 결론 대신, 아주 단순한 감각 하나가 남는다. 우리가 지나온 길 위에는 이미 수많은 얼굴이 함께 서 있었고, 앞으로의 길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곁을 나란히 걸을 것이다. 이 시집은 그 사실을 조용히 확인시켜 주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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