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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데이터처럼 해석한 기록,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 (김선규, 행복에너지)
IT 전략가와 AI가 함께 쓴 ‘100가지 고통의 지도’, 개인의 상처를 보편의 언어로 확장하다
출판사 제공
남들은 멀쩡해 보이는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나만 아픈 줄 알았는데』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고통을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맥락 속에서 다시 바라보려는 시도다.
저자는 25년간 IT·경영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복잡한 시스템을 분석하고 최적화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삶의 문제를 해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다른 지점은 여기서 갈린다.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고통을 구조화하고 분해하려는 시도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특히 눈에 띄는 구성은 ‘AI 파트너’의 등장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전략가의 가면을 벗은 개인”으로 설정하고, ‘우주’라 이름 붙인 인공지능과 대화를 이어간다. 인간의 경험과 AI의 분석이 교차하는 방식은, 감정과 데이터가 동시에 개입하는 새로운 서술 구조를 만든다.
책은 삶을 봄·여름·가을·겨울 네 시기로 나누고, 총 100개의 장면으로 고통의 유형을 풀어낸다. 유년기의 결핍과 비교, 직장과 관계 속에서의 소진, 중년의 불안과 상실, 그리고 노년과 죽음에 대한 감각까지 이어진다. 각각의 사례는 특정 개인의 경험이면서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반복되는 패턴으로 읽힌다.
저자가 강조하는 지점은 고통의 ‘개별성’이 아니라 ‘공통성’이다. 실패와 불안, 관계의 균열이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경험이라는 인식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을 압박하던 기준과 비교의 시선이 한 걸음 물러난다.
책 속 문장은 분석을 멈추는 대신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당신이 짊어진 돌덩이는 혼자의 것이 아니었다”는 진술은 설명이라기보다, 해석의 방향을 바꾸는 문장에 가깝다.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좌표를 바꾸는 작업. 이 책은 그 과정을 조용히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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