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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더 살아 있는 순간들 『완벽한 고양이 그림, 책』 (김지우, 나무말미)
삐뚤어진 선에서 시작되는 진짜 즐거움
출판사 제공
완벽한 하루, 완벽한 종이, 완벽한 그림.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져야만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이미 숨을 참고 있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고양이 그림, 책』은 그 숨막힘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애용씨는 완벽한 고양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가장 반듯한 종이와 가장 뾰족한 연필을 꺼내든다. 그러나 선이 조금만 어긋나도 종이를 찢어버린다. ‘완벽하지 않은 건 필요 없다’는 집착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상태로 이어진다.
이때 등장하는 존재가 고양이들이다. 버려진 종이 위에 올라타 물감을 엎지르고, 발자국을 찍고, 마음껏 어지른다. 규칙도 기준도 없는 이 장면은 한편으로는 엉망이지만, 동시에 가장 생생한 창작의 순간이다.
이 작품의 힘은 메시지를 설명하지 않는 데 있다. 대신 장면으로 보여준다. 고양이들이 만든 ‘완벽하게 엉망진창인 그림’은 애용씨가 그토록 집착하던 완벽한 선보다 훨씬 살아 있다. 그 안에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몸을 던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애용씨는 깨닫는다. 완벽함은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을 가로막는 기준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진짜 창작은 통제된 선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그림책은 단순히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묻는다.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완벽해야만 한다고 믿고 있었을까.
책장을 덮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진다.
조금 삐뚤어져도, 조금 엉망이어도, 그게 오히려 더 나다운 흔적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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