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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길 위에서 결국 돌아갈 자리, 『고향 가는 길』 (최준득, 그루)
기억과 시간의 흔적을 따라 걷는 서정의 여정
출판사 제공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돌아갈 곳을 떠올린다. 그것이 실제 장소이든, 마음속 어딘가이든 상관없이 ‘고향’이라는 말은 늘 삶의 마지막 방향처럼 남는다. 최준득의 시집 『고향 가는 길』은 바로 그 방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시들의 묶음이다. 빠르게 지나온 시간들을 다시 꺼내 들고, 그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과 감정,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록이다.
이 시집에서 ‘길’은 단순한 이동의 공간이 아니다. 살아온 시간 자체이자, 관계와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궤적이다. 시인은 경험과 기억을 한 편씩 꺼내며 그 길을 다시 걷는다. 고향으로 향하는 여정은 결국 지나온 삶을 정리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모든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로 이어진다.
시집에 수록된 한 편의 시는 그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좋은 길손 나쁜 길손 만나
다사다난한 고향 찾아가는 길
예쁜이 만나 불같은 사랑도 했지
미워도 해보고 이별도 해봤지
착하고 참한 동반자 만나 셋 낳고
아옹다옹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지
탐욕 미움 내려놓고 고향 가는 길
또박또박 내딛는 걸음 가볍기만 하네
생판 낯선 놈을 만났지 디스크 협착증
떼어놓으려 해도 악착같이 달라붙어
사탕 사주고 말동무하며 함께하니
이젠 없으면 지루할 것 같은 고향 가는 길
길게 쭉 뻗은 고갯길 멀지 않았네
고향에 돌아가면 이번 여행길도 즐거웠다고 말하리”
이 시에서 고향은 도착해야 할 장소이면서 동시에 지나온 삶 전체를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한다. 사랑과 이별, 가족과 몸의 고통까지 모두 한 길 위에 놓이며, 그 모든 경험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특히 고통조차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시선은 이 시집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최준득의 시는 화려한 비유보다 삶에 가까운 언어를 택한다. 일상의 말투와 리듬 속에서 감정을 길어 올리고, 복잡한 의미를 풀어내기보다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든다. 그래서 그의 시는 읽는 순간 이해되기보다, 읽고 난 뒤에 조용히 남는 쪽에 가깝다.
『고향 가는 길』은 결국 한 사람이 걸어온 시간을 다시 짚어보는 기록이다.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보다, 어떤 길을 지나왔는지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시인은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말해보려는 듯하다.
이번 길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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