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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몸으로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아바타』 (테오필 고티에, 니케북스)
환상이 현실을 비추는 순간, 고전이 오늘의 정체성을 건드리다
출판사 제공
19세기 프랑스 문학에서 ‘환상’은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비틀어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테오필 고티에의 중편 『아바타』는 그 전형에 가깝다. 기이한 설정 하나를 앞세우지만, 끝내 독자를 데려가는 곳은 인간의 욕망과 정체성이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단순하면서도 불편한 전제가 놓인다. 몸과 영혼이 분리될 수 있다면, 사랑 역시 다른 방식으로 획득할 수 있는가. 고티에는 이 질문을 서사로 밀어붙인다. 타인의 몸을 빌려 사랑을 이루려는 시도는 곧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제로 되돌아온다.
이 설정은 단순한 기괴함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익숙한 세계를 흔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감각이 뒤틀리는 순간, 독자는 자신이 당연하게 여겼던 ‘나’라는 개념이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 마주하게 된다.
고티에의 환상은 초현실을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을 더 낯설게 만든다. 사물이 살아 움직이고, 인물의 감각이 흔들릴 때 이야기의 중심은 사건이 아니라 인식으로 이동한다. 읽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감각 실험처럼 작동하는 이유다.
함께 수록된 「커피 주전자」 역시 같은 축 위에 놓인다. 일상적 사물이 생명을 얻는 순간, 세계는 더 이상 안정된 공간이 아니다. 환상은 현실을 벗어나는 통로가 아니라, 현실을 다시 보게 만드는 틈으로 기능한다.
이 오래된 작품이 지금 다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타인의 시선과 역할 속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연출하는 시대,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더 이상 낯선 감정이 아니다. 고티에의 이야기는 그 욕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결국 이 작품이 남기는 것은 화려한 환상이 아니다.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조건들이 무너진 뒤에도, 남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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