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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시간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시간으로, 『살아보니 살아지드라』 (이순애, 디자인21)
홀로 남은 삶을 정면으로 기록한 노년 에세이
출판사 제공
삶은 어느 순간부터 혼자가 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함께하던 사람이 떠나고, 익숙했던 일상이 끊어지면 남는 것은 길어진 하루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다. 『살아보니 살아지드라』는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건너왔는지를 기록한 글이다.
이순애는 오랜 직장 생활과 가족을 중심으로 살아온 시간을 지나, 홀로 남겨진 이후의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던 삶의 리듬은 사라졌고, 혼자 차려 먹는 식사와 길어진 하루가 반복됐다. 책은 그 변화의 순간을 과장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글은 특정 사건보다 일상의 장면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병원을 다녀오는 날, 반찬을 준비하는 시간, 산책길에서 마주한 풍경처럼 작고 반복되는 순간들이 쌓이며 삶의 흐름을 만든다. 그 안에서 저자는 외로움을 밀어내기보다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다. 혼자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그 조건 안에서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을 찾아간다.
시선은 점차 자신에게로 향한다. 타인에게 기대기보다 나를 먼저 챙기는 일,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마음을 다스리는 태도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되 집착하지 않고, 지나간 시간에 머물기보다 지금의 하루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방식이다.
문장은 꾸밈이 많지 않다. 투박한 표현 속에서 오랜 시간 쌓인 생활의 결이 드러난다. 질경이처럼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존재를 떠올리며, 삶 역시 그렇게 이어진다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살아보니 살아지드라』는 노년의 시간을 버티는 과정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이어가는 과정으로 풀어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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