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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깎는 대신 마음을 다시 세우는 순간에서 시작됐다, 『사랑을 알아 참 다행이다』 (꽃스님, 위즈덤하우스)
수행의 일상과 관계의 감각을 엮은 산문
출판사 제공
삭발은 일정에 맞춰 반복되는 의식이지만, 어떤 날에는 더 자주 이루어진다. 머리카락이 아니라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사랑을 알아 참 다행이다』는 이런 장면에서 출발해, 수행자의 하루와 그 안에서 반복되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글은 설법이 아니라 경험에서 이어진다. 어린 시절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이별, 선택과 관계없이 시작된 출가, 그리고 다시 스스로 선택한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한 축을 이룬다. 개인의 상처가 단절로 남지 않고 생활 속에서 변형되는 과정이 서사의 중심에 놓인다.
중간에는 관계에 대한 관찰이 반복된다. 타인의 말과 시선에 흔들리는 순간, 기대가 커질수록 관계가 무너지는 장면, 감정이 쌓이고 풀리는 과정을 짧은 단위로 나눠 이어간다. 무례한 말은 잘못 배달된 택배처럼 돌려보낼 수 있다는 비유처럼, 일상에서 바로 적용되는 방식으로 정리된다.
수행의 방식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새벽의 산사, 반복되는 예불, 매일 같은 자리를 정리하는 행위가 단순한 규율이 아니라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이어진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관찰하고 흘려보내는 방식이 반복되며, 생활 자체가 수행의 단위로 확장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선은 개인에서 관계로 이동한다. 혼자 머무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타인과 연결되는 과정이 이어진다. 자신을 정리하는 행위가 곧 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드러난다.
새벽 공기가 가장 차가운 시간, 머리를 깎고 승복을 여미는 동작이 다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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