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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이자 농부, 시인의 시선으로 쓴 산문, 『푸조나무 아래서』 출간(김정원, 밥북)

전남 담양 출신 시인의 60여 편 산문을 묶은 산문집으로, 일상·사회문제·문학론을 넘나드는 사유를 담았다.

장세환2026년 3월 30일 오전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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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나무 아래서.jpg출판사 제공

명예퇴직 이후 텃밭을 일구며 사는 시인이 있다. 영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그는 정년을 채우지 않고 교단을 떠났다. 지금은 고향 근처에서 농사를 지으며, 여전히 시를 쓰고 산문을 쓴다.

『푸조나무 아래서』는 시인 김정원이 삶과 생활의 자리에서 길어 올린 60여 편의 산문을 엮은 산문집이다. 교사, 농부, 시인, 여행가라는 여러 겹의 자리에서 쌓인 관찰과 사유가 5부 구성으로 담겼다.

1부 「풀국」은 지렁이, 풀국, 독서처럼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인 소재에서 출발한다. 짧은 글 안에서 일상의 장면이 사유로 이어지는 방식이 1부 전체를 관통한다. 2부 「맥도널드 문화」에서는 명예퇴직 이후의 삶, 고향의 풍경, 아버지와 배롱나무 같은 기억의 단편들이 나온다. 여주와 죽순 같은 텃밭의 소재도 글감으로 등장한다. 3부 「눈뜬 눈먼 자」는 5·18묘지, 내란, 남태령 대첩 등 시사적 장면을 직접 다룬다. 인권 감수성과 문학의 관계를 논하는 글도 이 파트에 묶였다. 4부 「시, 참된 삶 받아쓰기」는 말과 글쓰기의 본질, 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 자신의 문학론을 담는다. 정환담 이발사, 계급에서 연대로, 식물과 곤충과 동물의 공존 같은 소재가 문학론과 나란히 놓인다. 5부 「문학으로 연대합니다」에서는 기후 위기, 역사관, 핸드폰과 숲의 소멸, 그리스 신화까지 시선이 넓어진다.

작가는 "영감은 찰나에 번뜩이는 굿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난하게 쌓아 올린 노고에 내려앉는 불씨"라고 썼다. 이 문장은 책 전체의 방식을 설명한다. 글들은 빠르게 결론으로 달려가지 않고, 장면에서 출발해 사유 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김정원은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애지》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여러 권과 동시집 두 권을 냈다. 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을 수상했다.

각 글은 시처럼 짧은 호흡으로 쓰였다. 일상에서 출발해 사회문제로 나아가고, 다시 문학과 언어의 자리로 돌아오는 구조가 5부 전체에 걸쳐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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