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삶의 기억을 시로 건져 올리다, 『어머니의 유산』 (이해수, 창조문예사)
부모의 삶과 일상의 만남을 담담한 언어로 그려낸 이해수 시집
출판사 제공
살다 보면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래된 사진처럼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가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른다. 가족의 목소리, 어린 시절의 풍경, 아무 말 없이 견뎌 온 부모의 삶 같은 것들이다. 그런 기억은 설명보다 감정으로 되살아난다. 시는 바로 그 지점을 붙잡아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해수 시인의 시집 『어머니의 유산』이 창조문예사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문예지와 신문 등에 발표했던 작품 가운데 시인이 직접 고르고 다듬은 시들을 묶은 작품집이다. 일상에서 마주한 관계와 만남을 정갈한 언어로 풀어내며, 가족과 삶의 기억을 시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시집의 중심에는 부모의 삶과 기억이 자리한다. 「어머니의 유산」, 「어머니 교과서」, 「아버지 빛바랜 사진」, 「아버지 눈물」 같은 작품에서는 지나온 시간 속에서 되새기는 가족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화려한 장식 대신 담백한 언어를 택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상의 장면을 시의 자리로 끌어올린다.
예를 들어 「아버지 눈물」에서는 아버지의 삶을 이렇게 비유한다.
“아버지 눈물은 오래도록 끓다가 한 번에 터져버린 화산과 같다.”
오랫동안 참고 견뎌 온 감정이 한순간 분출되는 장면을 통해, 말없이 살아온 부모 세대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또 다른 시 「꿈속 이야기」에서는 가족의 기억이 신앙적 이미지와 겹쳐진다.
“사닥다리가 하늘을 향해 서있다 / 야곱이 올라갔고 / 어머니가 올라가셨다.”
현실의 기억과 종교적 상징이 교차하면서 삶과 믿음, 그리고 그리움이 한 장면 안에서 이어진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가족과 부모의 삶을 돌아보고, 2부에서는 자연과 일상의 풍경을 통해 인간의 시간을 비춘다. 3부에서는 신앙과 기도의 정서를, 4부에서는 사람 사이의 기억과 관계를 담아낸다. 일상의 사소한 장면을 지나치지 않고 시적 의미로 끌어올리는 시인의 시선이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난해한 상징이나 과도한 장식 대신, 경험에서 길어 올린 언어로 감정을 전하는 점도 특징이다. 삶 속에서 마주한 관계와 기억을 차분하게 되짚으며, 독자가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여백을 남긴다.
가족과 삶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남아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떤 언어로 불러낼 것인가의 문제만 남는다. 이해수 시인의 시는 그 오래된 기억을 조용히 불러 세운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