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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보다 반하기를 선택한 시선, 『쉽게 자주 반하는 마음』 신간 출 (이에니, 달)

일러스트레이터 이에니의 첫 에세이… 세계의 사소한 아름다움을 기록하다

장세환2026년 3월 5일 오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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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자주 반하는 마음.jpg출판사 제공

세상은 종종 마음을 닫게 만든다. 낯선 환경, 타인의 시선, 예기치 못한 관계의 균열 앞에서 우리는 쉽게 움츠러든다. 일러스트레이터 이에니의 첫 에세이 『쉽게 자주 반하는 마음』은 그 순간마다 마음을 보호하기보다 오히려 세계를 향해 더 자주 마음을 여는 선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이미지와 글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해 온 작가가 자신의 일상과 감정, 기억을 통해 발견한 삶의 태도를 담은 기록이다. 이에니는 자신을 “쉽게 자주 반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상처받기 쉬운 세계 속에서도 작고 사소한 장면들에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며 살아가는 태도를 선택한 것이다.

책 속에는 여행지의 풍경, 가족과의 기억,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취향들이 조용한 문장으로 이어진다. 작가의 쌍둥이 동생인 이제니 시인의 말처럼, 이에니의 시선은 “낯선 동시에 슬프고 아름다운 것에 오래 머문다”. 그리고 그 장면들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향을 찾아낸다.

특히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살아온 경험은 책의 중요한 배경이 된다. 한국을 떠나 미국을 거쳐 아프리카 앙골라까지 이어진 삶의 이동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완전히 속할 수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러나 그 질문은 결국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곧 내 자리”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사소한 장면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달걀을 어떻게 익혀 먹는지 같은 취향, 숲의 색을 바라보는 순간, 누군가와 말없이 걷는 시간 같은 것들이다. 이런 장면들은 작가에게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작은 증거가 된다.

『쉽게 자주 반하는 마음』은 특별한 성공담이나 극적인 서사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세상 곳곳에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의 삶이 조금 더 환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한다.

상처받기 쉬운 시대 속에서도 마음을 닫기보다 세계에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태도. 이 책은 그 작고 단단한 선택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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