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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지 않는 시, 위로하지 않는 언어”, 『꿀벌통신학교』 (이승규, 빗방울화석)

개인의 기억에서 시대의 현실까지 확장되는 두 번째 시집

최준혁2026년 3월 4일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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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통신학교.jpg출판사 제공

시는 언제부터 설명의 언어가 되었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삶 앞에서 시가 명확한 의미와 위로를 건네야 한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시는 점점 안전한 언어로 길들여졌다. 이승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꿀벌통신학교』는 바로 그 흐름에 질문을 던진다. 설명하지 않고 위로하지 않는 시. 대신 말이 되지 않는 삶과 이해되지 않는 기억을 그대로 끌어안는 언어가 이 시집의 출발점이다.

이승규 시인은 첫 시집 『냉기가 향기롭다』에서 현실의 장면을 단단한 시어로 포착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시집에서는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한 시적 시선이 동시대의 현실과 사회적 시간으로 확장된다. 시는 개인의 언어이면서 동시에 공동의 삶을 기록하는 증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집은 네 개의 부로 구성됐다. ‘사랑이 무엇인 줄 몰라도’에서 시작해 ‘모두 시인이 되려고 했다’, ‘백학 관찰보고서’, ‘같이 걷는 게 꿈인 길’로 이어진다. 자연과 일상, 기억의 장면들이 반복해서 등장하지만 그 이미지는 낭만적인 위로나 치유의 풍경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꽃과 바다, 눈과 나무는 도달할 수 없는 기다림과 결핍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시인은 시를 설명의 언어가 아니라 “말도 안 되는 말”에 가까운 것으로 바라본다. 한숨과 침묵, 눈물과 먼지 같은 비언어적 감각을 통해 삶의 균열을 드러낸다.

시집에는 노부부, 술에 취해 울던 어른, 병상에 누운 스승, 함께 시를 꿈꾸던 친구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기억은 미화되지 않는다. 왜 울었는지 끝내 알 수 없는 슬픔, 설명되지 않는 실패와 상처가 그대로 남는다. 그 질문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개인의 기억이 시인의 세계관이 되는 순간이다.

동시대의 사회적 현실 또한 시 속에 스며든다. 광주와 남태령, 안국역 같은 구체적인 장소들이 등장하지만 시는 구호나 선언의 언어를 선택하지 않는다. 응원봉과 진압봉, 차벽과 군중 사이에서 한 개인이 느낀 감각을 차분하게 기록한다. 시는 선동이 아니라 증언이라는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전쟁과 분단의 기억을 호출한다. 북한강과 임진강, 접경 지역의 풍경 속에서 분단의 현실이 오늘의 삶과 여전히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강물은 경계를 넘어 흐르지만 인간의 삶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조용히 드러난다.

『꿀벌통신학교』는 삶을 설명하지 않는다. 위로도 건네지 않는다. 대신 말이 되지 않는 삶을 끝까지 붙잡는다. 개인의 기억에서 사회의 시간, 그리고 역사적 현실로 이어지는 시의 흐름 속에서 이 시집은 묻는다. 시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끝내 말하지 못한 채 남겨 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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