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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다는 것의 윤리를 묻다, 『소유하기, 소유되기』 신간 출 (율라 비스, 열린책들)

소비와 노동, 투자와 회계의 언어로 삶을 다시 읽는다

장세환2026년 2월 23일 오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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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기, 소유되기.jpg출판사 제공

무엇을 소유하는가, 그리고 무엇에 의해 소유되는가. 『소유하기, 소유되기』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백인이자 교육받은 중산층 여성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위치를 숨기지 않는다. 특권을 누리면서도 그 특권이 만들어 내는 불편과 모순을 직시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계급, 노동과 가치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일상의 장면을 통해 풀어낸다.

책은 1부 소비, 2부 일, 3부 투자, 4부 회계로 구성됐다. 가구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갤런당 110달러짜리 페인트 앞에서의 망설임, 빨래방과 버스 정류장에서 보내는 시간 같은 사소한 장면이 사유의 출발점이 된다. “돈이 없다는 것은 시간이 드는 일이다.”라는 문장은 계급이 단순히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무엇을 살 수 있는가보다, 무엇에 시간을 써야 하는가가 삶의 결을 가른다.

비스는 계급을 “그가 무엇을 소유하는가, 무엇을 아는가, 누구를 아는가”로 설명하는 통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경제 자본과 문화 자본, 사회 자본의 축적이 개인의 능력처럼 보이지만, 그 배후에는 구조와 제도가 놓여 있다. 만약 모든 상품의 가격에 사회적 비용이 반영된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라는 질문, “우리가 자본주의 자체에도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소비의 이면을 곱씹게 한다.

노동에 대한 사유도 이어진다. “사람들이 일에서 바라는 것은 <일용할 양식뿐 아니라 일용할 의미>”라는 인용처럼, 생계와 의미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는가. 비스는 예술을 “섬기는” 태도를 말하며, 지배의 즐거움이 아니라 지배당하는 즐거움에 주목한다. 투자와 부동산, 글쓰기의 시간까지 돈의 언어로 환산되는 순간, 그는 묻는다. 내가 가진 것들은 과연 나의 것인가.

『소유하기, 소유되기』는 자본주의를 거창한 이론으로 해부하지 않는다. 대신 집, 돈, 시간, 일이라는 구체적 단어를 붙들고 개인적 경험과 사회 구조를 교차시킨다. 소유의 문제를 통해 결국 삶의 태도를 다시 묻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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