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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내다 사람이 망가진다, 『월급 받으려다 죽다』 (제프리 페퍼, 21세기북스)
번아웃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구조의 문제, 숫자로 입증한 조직의 ‘사회적 오염’
출판사 제공
성과를 위해 직원을 쥐어짜는 방식은 과연 기업에 이익이 될까.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조직행동학 교수 제프리 페퍼는 『월급 받으려다 죽다』에서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다. 그의 결론은 단호하다. 건강하지 못한 직장은 직원뿐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까지 해친다.
저자는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와 데이터를 토대로, 유해한 직장 환경이 직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악화시키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를 환경 오염에 빗대어 ‘사회적 오염’이라 부른다. “대부분의 기업이 직원들을 병들게 만드는 경영 관행을 허용하지만, 그것이 수익성을 개선시키지도 못한다”는 지적처럼,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압박, 통제 중심 문화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해고와 인력 감축을 비용 절감의 지름길로 여기는 관행을 비판한다. 정리 해고가 발표되면 가장 유능한 인재가 먼저 떠나고, 남은 인력에게 과중한 업무가 전가되며, 결국 외부 계약직을 다시 고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장시간 노동 역시 성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로하지 않는 직원들을 둔 기업이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효율의 근원을 다시 묻는다.
이 책은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업무 통제력과 사회적 지지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조직을 회복시키는 실행 원칙을 제안한다. 직원 건강 데이터를 재무 지표처럼 관리하고, 번아웃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다루라는 주문이다. 조용한 퇴사가 화두가 된 시대에, 월급만으로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월급 받으려다 죽다』는 인재를 소모품처럼 다루는 경영이 결국 기업의 미래를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숫자로 증명한다. 노동이 고통의 동의어가 아니라 성장의 토대가 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이 책은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조직을 살리는 길이 사람을 살리는 길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데이터와 사례로 차분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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