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달콤한 한시로 조선을 읽는 법, 『나를 보고 단 것에 미쳤다고 하든 말든』 (강혜선, 서유재)
음식이 남긴 시와 산문을 따라가며 삶의 감정과 시대의 표정을 복원하다
출판사 제공
오이 하나, 상추 한 잎, 곰삭은 젓갈 한 숟가락. 조선 문인들의 시와 산문 속에는 유난히 음식이 자주 등장한다. 『나를 보고 단 것에 미쳤다고 하든 말든』은 김려, 박제가, 서거정, 정약용, 유득공 등 백여 명이 남긴 삼백여 수의 작품을 추려, 한시를 ‘미식’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읽어낸 인문서다. 밥상 위에 오른 음식들을 따라가다 보면, 당대의 인간관계와 사회 분위기, 계절의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구성은 명확하다. 1부에서는 문인들의 미식 일화를 통해 음식에 얽힌 욕망과 기쁨을 살피고, 2부에서는 음식이 오가는 자리에서 맺어진 관계의 결을 짚는다. 3부에서는 계절과 재료, 조리 방식에 담긴 생활사를 따라가며 맛의 감각이 어떻게 시적 언어로 번져갔는지 보여준다. 장김치와 짠지, 곰취쌈과 은어, 연어알젓 같은 구체적인 음식들이 등장해, 텍스트에 생생한 질감을 더한다.
박제가가 연어알젓의 색과 맛을 옥에 비유한 대목이나, 유득공이 당귀와 곰취를 겹쳐 쌈을 싸 먹으며 남긴 기록은 단순한 식도락을 넘어선다. 유배지에서 메밀만두를 떠올리며 쓴 탄식에는 외로움이 배어 있고, 텃밭 채소를 노래한 연작시에는 자급의 자존과 소박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먹는 일은 곧 살아내는 방식이었고, 한 편의 시는 그 흔적을 붙드는 그릇이었다.
고문헌 연구를 오래 이어온 저자는 한시를 해설에 가두지 않는다. 재료의 산지와 조리법, 당대의 식문화까지 함께 짚어내며 문학과 생활을 나란히 놓는다. 셰프 박찬일과 시인 박준의 추천이 더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음식은 사소한 취향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언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달고 짜고 시고 매운 맛을 통해 읽는 조선의 문장들. 고전은 멀리 있지 않다. 밥상 위에 올려진 한 그릇의 기억 속에서, 문학은 다시 살아난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