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가족의 변수 앞에서 흔들리는 첫사랑, 『씁쓸한 사랑에 달콤한 해독제를』(박하령, 씨드북)

열일곱의 진심이 ‘나중’으로 밀려날 때, 끝까지 나를 지키는 연애를 묻는다

장세환2026년 1월 20일 오전 10:31
823

씁쓸한 사랑에 달콤한 해독제를.jpg출판사 제공

첫사랑은 보통 둘만의 세계로 시작하지만, 열일곱의 사랑은 자주 어른들의 사정과 부딪힌다. 박하령 작가의 청소년 로맨스 『씁쓸한 사랑에 달콤한 해독제를』은 그 충돌을 정면으로 끌어안는다. ‘달콤한 숲’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인 이 작품은, 가장 달콤해야 할 시기에 가족이라는 이름의 변수가 끼어들며 관계의 중심이 흔들리는 순간을 따라간다. 연애의 감정선만이 아니라, 청소년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까지 한 호흡으로 밀어붙인다.

주인공 박해랑은 처음엔 평범한 연애의 리듬을 믿는다. 좋아하는 마음이 쌓이고, 그 마음이 둘을 단단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가족 문제가 끼어들면서 상황은 해랑이 계산해 온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해랑의 남자친구 윤민은 어른들의 행복과 미래를 이유로 사랑을 내려놓으려 하고, 해랑은 그 선택이 ‘어쩔 수 없음’으로 포장되는 순간을 견딜 수 없어 한다. 이 소설의 긴장은 여기서 만들어진다. 사랑이 약해서가 아니라, 사랑 바깥의 논리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두 사람을 밀어내는 장면에서.

작품이 흥미로운 건, 해랑이 상처를 회피하지 않는 방식이다. “포기도 안 할 거고, 숨지도 않을 거야”라는 선언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열일곱이 처음으로 ‘비겁한 평화’ 대신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순간이다. 해랑은 관계를 지키려는 동시에,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역할을 바꾸며 살아온 자신을 ‘공갈빵’에 비유하는 대목은 이 소설의 핵심 정서를 단숨에 보여준다. 겉은 부풀었지만 속이 비어 있는 느낌, 어른들이 원하는 자아만 남아 있는 느낌. 해독제는 결국 연애 상담의 기술이 아니라, 텅 빈 자리에 ‘나’를 다시 채워 넣는 과정으로 작동한다.

박하령 작가는 청소년 로맨스의 익숙한 장치를 쓰면서도, 결론을 쉽게 봉합하지 않는다. 갈등을 ‘설레는 오해’로 가볍게 처리하지 않고, 가족과 책임, 선택과 불안 같은 무거운 질문을 그대로 남겨 둔다. 대신 그 무게를 짊어진 채로도 “시키는 대로만 하지 않을 힘”을 키우는 청소년의 속도를 믿는다. 이 작품에서 사랑은 상대를 향한 마음이면서, 동시에 “그 사람 앞에 서 있는 나”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연애가 끝나느냐 이어지느냐보다 더 중요하게, 해랑이 자기 언어를 회복해 가는 장면들이 긴 여운을 남긴다.

『씁쓸한 사랑에 달콤한 해독제를』은 달콤함을 약속하는 로맨스가 아니라, 씁쓸함이 스며든 자리에서 끝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묻는 소설이다. 열일곱의 사랑이 어른들의 사정에 밀릴 때, 우리는 누구의 행복을 먼저 선택하도록 훈련받아 왔는지 되묻게 한다.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해랑이 스스로 조제해 낸 해독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내 마음을 내 것으로 인정하는 용기, 그리고 그 용기를 말로 꺼내는 힘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9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2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