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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다정은 왜 늘 쓸쌜까, 『우리의 수다는 다정해서 쓸쓸해』 (이미산, 여우난골)

다정하다는 말의 시적 변

장세환2026년 1월 13일 오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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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수다는 다정해서 쓸쓸해.jpg출판사 제공

다정하다는 말은 대개 따뜻한 결말을 예고한다. 그런데 이 시집의 다정은 이상하게 여운이 길다. 손을 잡는 순간보다 손을 놓은 뒤의 체온을 더 또렷하게 기억하는 쪽에 가깝다. 이미산의 네 번째 시집 『우리의 수다는 다정해서 쓸쓸해』는 ‘우리’라는 말이 생기는 자리, 그리고 그 말이 금세 닳아버리는 자리까지 끝까지 따라간다. 함께였던 시간이 아름다움으로 남기를 바라는 기도가 시마다 번져 있지만, 그 기도는 낙관이 아니라 현실을 견디는 방식으로 읽힌다.

시인은 일상의 장면을 크게 만들지 않는다. 대신 사소한 순간에 ‘우리’의 무게를 실어 놓는다. 엘리베이터가 우주선이 되고, 마트의 가판대가 눈송이 전시장이 되는 것처럼, 평범한 하루가 갑자기 다른 차원의 감각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잦다. 그 전환이 번쩍이는 장식처럼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환상이 결국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시간을 붙들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혼자 살아내는 하루도 사실은 여러 사람의 흔적 위에 놓여 있다는 걸, 시는 매번 다른 표정으로 확인시킨다.

이 시집을 대표하는 정서가 또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샹들리에」를 들 수 있다. 갓난아기의 주먹이 펼쳐지는 찰나를 시는 축하처럼 받아 적는다. 손가락이 펴지는 순간 둘러선 사람들의 소리가 켜지고, 그 소리가 꽃처럼 번지고, 결국 ‘마을’이 아이를 둘러싸는 구조로 확장된다. 아래는 작품의 결을 보여 주는 한 대목이다.

갓난아기가 움켜쥔 주먹 활짝 펼치며
눈동자 방글방글 콧구멍 발랑발랑 입술 오물오물

둘러선 사람들 오구오구
동시에 켜지는 꽃숭어리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 대목이 예쁜 이유는 아기만 예쁘게 그렸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태어나는 방식이 정확해서다. 한 사람의 생을 지탱하는 건 개인의 의지만이 아니라, 둘러선 사람들의 작은 합창이라는 사실을 시는 감상 대신 감각으로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는 “실컷 울고 다시 움켜쥔 주먹”을 남긴다. 다정은 쉽게 꺼지지 않지만, 쉽게 지치기도 한다는 걸 시는 알고 있다.

『우리의 수다는 다정해서 쓸쓸해』의 ‘우리’는 복수 대명사라기보다 관계의 이름이다. 누군가와 함께였던 시간이 분명히 있었고, 그 시간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은 그 이름을 계속 부른다. 그래서 이 시집은 밝은 장면에서도 어딘가 쓸쓸하고, 슬픈 장면에서도 이상하게 따뜻하다. 다정이란 서로를 살피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서로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라는 걸, 이미산은 56편의 시로 증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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