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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용으로는 닿지 않는 니체의 리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출간(프리드리히 니체, 을유문화사)

원전의 운율을 살린 완역으로 ‘사유의 긴 호흡’을 되돌린다

장세환2025년 12월 30일 오전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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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jpg출판사 제공

요즘 니체는 종종 한 문장으로 소비된다. 화면을 내리다 “신은 죽었다”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다음 콘텐츠로 넘어가는 식이다. 그런데 니체의 문장은 원래 그렇게 빨리 지나가라고 놓인 문장이 아니다. 속도를 강요하는 시대일수록, 오래 읽어야만 들리는 뜻이 있다. 이번에 을유문화사 ‘을유사상고전’ 시리즈로 나온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그 느린 독해를 정면으로 요청하는 책이다.

이 책의 중심에는 차라투스트라라는 낯선 화자가 있다. 그는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 앞에 서고, 덕과 몸, 친구와 죽음, 쓰기와 읽기, 새로운 우상과 낡은 가치들을 두드린다. 이야기는 설교 같다가도 우화처럼 미끄러지고, 시처럼 울리다가도 칼처럼 끊어진다. 그래서 독자는 지식을 얻는 대신, 질문을 떠안는다. “대지에 충실히 머물러라.” 같은 문장이 오늘 다시 무게를 얻는 이유도 그 지점에 있다.

이번 번역은 니체 철학 연구자인 홍사현이 원문의 문체와 운율감을 살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니체를 읽는 즐거움은 개념만이 아니라 문장의 박자에 있다. 한 문단이 주문처럼 반복되고, 한 문장이 갑자기 노래가 되며, 다음 문장이 다시 논쟁으로 돌아온다. 번역이 그 리듬을 놓치면 ‘니체의 사유’가 아니라 ‘요약된 니체’만 남는다. 이 책은 그 위험을 피해가려는 시도에 가깝다.

독자에게 이 책이 기능적으로 유용한 순간은 의외로 현실적이다. 자기 확신이 과잉으로 치닫는 날,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는 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스스로가 시끄러워지는 날이다. 니체는 위버멘쉬, 영원회귀, 힘에의 의지 같은 개념을 들이밀며, 결국 하나의 태도를 요구한다.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연습, 그리고 자기 삶을 스스로 감당하는 연습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만 한다.”는 문장은 위로가 아니라 과제에 가깝다.

책 뒤에는 해설과 옮긴이의 말이 덧붙는다. 먼저 끝까지 걸어본 사람이 지도 한 장을 조심스레 내미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이해’보다 ‘사유’를 우선한다. 빨리 결론을 내리려는 습관을 잠시 내려놓고, 한 문장을 붙잡은 채 다음 문장으로 걸어가 보라는 요청이다. 결국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읽고 나면 답이 늘기보다, 질문의 체력이 늘어나는 책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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