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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침이 남긴 빛이 관계를 다시 시작하게 한다, 『눈부신 창문』 출간(김인숙, 문학세계사)

우주와 일상 사이, 시로 여는 소통의 입구

장세환2025년 12월 22일 오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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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창문.jpg출판사 제공

김인숙 시인이 신작 시집 『눈부신 창문』을 펴냈다. 존재와 관계, 소통을 둘러싼 질문을 시의 언어로 끌어올리며, 단절과 피로가 일상이 된 시대에 “다시 연결되는 감각”을 건넨다. 시인은 철학자가 아니지만, 이번 시집은 철학의 질문을 시의 리듬으로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독자를 불러 세운다. 읽는 사람은 창문 앞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는 동시에, 자신 안으로도 되돌아오게 된다.

시집은 ‘집 속에 집을 들이는 일’이라는 시적 비유를 바탕에 둔다. 시가 들어오는 순간, 독자의 언어와 감정도 재배치된다. 작품 곳곳에서 ‘스침’ ‘라인’ ‘물가’ ‘창문’ 같은 이미지가 반복되며, 관계가 만들어지는 미세한 순간들을 붙잡는다. 그 미세함이야말로 오늘의 삶을 지탱하는 기술이라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수록작은 「스쳐가다」 「라인」 「물가를 걷다」 「눈부신 창문」 등으로 이어지며, 익숙한 일상과 낯선 우주적 이미지가 서로를 비춘다. ‘솔라 오비터’ 같은 과학적 장치가 불쑥 등장하고, 한편으로는 ‘거리 두기’ ‘코로나 블루’ ‘블록체인’ 같은 시대의 표제가 시 안으로 들어와 현재를 건드린다. 시는 거창한 선언 대신, 흔들리는 마음의 표면을 조용히 닦아내는 쪽을 택한다. “사람이 사람을 스치면서 용기를 얻고”라는 문장은 그 선택을 가장 간명하게 요약한다.

표제작 「눈부신 창문」은 소유와 관계를 새로 정의한다. 창문은 ‘내가 너에게 가는 길’이 아니라 ‘너를 내게 들이는 입구’로 설정되며, 관계의 방향을 뒤집는다. 그 끝에서 시는 단정하게 말한다. “내게로 오지 않아도 가득 차게 되는 것이 아름다움입니다.” 가까워지려 애쓰는 시대가 아니라, 적정한 거리에서 충만해지는 감각을 회복하자는 제안이다.

시집 말미에는 김주완(시인, 철학박사)의 해설이 실려, 작품의 사유를 또 하나의 ‘읽기의 창’으로 확장한다. 『눈부신 창문』은 삶을 바꾸겠다는 과장된 약속 대신, 삶을 바라보는 각도를 바꾼다.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내 앞의 창문은 바깥을 보여주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내 안으로 데려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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