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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그리움의 시편 『본제입납』(조영행, 시와에세이)

고향과 가족, 일상과 자연에서 길어 올린 삶의 언어

장세환2026년 8월 24일 오후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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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제입납.jpg출판사 제공

조영행 시인의 신작 시집 『본제입납(本第入納)』은 고향과 부모, 가족의 삶, 자연과 일상의 사물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언어로 풀어낸다. 충남 천안 출신인 시인은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고백처럼, 이번 시집을 통해 자신의 삶과 기억을 시로 엮어내며 독자에게 다정한 헌사를 건넨다.

시집은 평범한 사물과 풍경을 은유로 바꾸는 시인의 시선이 돋보인다. 「도마가 읽는 세상」에서는 생선과 도마, 칼자국을 통해 한 생의 흔적을 읽어내며 “젖지 않고 흠집 없는 생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구절로 삶의 상처와 흔적을 성찰한다. 「고등어」에서는 고등어의 몸에 남은 바다의 물결 무늬를 “한 접시 자서전”으로 읽으며, 인간의 언어와 생의 흔적을 겹쳐 놓는다.

가족에 대한 시선은 더욱 뜨겁다. 「집 한 채」는 요양원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낡아가는 집에 비유하며 세월 앞에서 쇠약해지는 몸과 가족의 마음을 함께 바라본다. 「홍시」에서는 감나무에 걸린 붉은 감을 아버지가 남긴 등불처럼 바라보고, 「엄마는 부재중」에서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못한 채 망설이는 마음을 담아낸다.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봄비, 오동꽃, 은행잎, 갈대, 목련꽃 등 계절의 변화와 나무, 꽃, 바람의 움직임은 인간의 생과 시간을 되묻는 매개가 된다. 「봄비」에서는 “보살사 어느 학승이 목탁 정진하듯/온종일 산과 들을 두드리는 봄비의 용맹정진”이라는 구절로 자연의 생명력과 깨달음을 노래한다.

또한 일상의 익살과 풍자도 살아 있다. 「리모컨」에서는 자신을 가족의 ‘리모컨’이라 표현하며 끊임없이 호출되는 삶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내 남자의 애인」에서는 남편의 술을 ‘애인’으로 의인화해 부부의 일상을 재치 있게 바라본다.

문학평론가 김정숙은 추천글에서 “조영행 시인의 시집은 기억의 집으로 띄워 보내는 회고이자 다정한 헌사”라며, “언어를 매개로 존재와 세계의 조각들을 하나의 정교한 텍스트로 직조해낸다”고 평했다.

『본제입납』은 거창한 선언보다 밥상과 그릇, 오래된 식탁, 가족의 목소리 속에서 삶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독자는 시집을 통해 일상의 사소한 풍경 속에 깃든 그리움과 생의 흔적을 발견하며, 자신의 기억과 맞닿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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