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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이와 닮은 존재가 가족의 시간을 흔들다, 『상자 속의 양』 출간(고레에다 히로카즈, 대원씨아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직접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북으로, 휴머노이드를 통해 상실과 가족의 경계를 묻는다.

출판사 제공
잃어버린 아이와 똑같은 외모와 목소리를 지닌 존재가 집에 들어온다면, 가족의 시간은 다시 흐를 수 있을까. 대원씨아이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상자 속의 양』을 출간했다. 이 책은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영화 감동을 활자로 다시 만날 수 있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북이다. 감독과 각본, 편집을 모두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직접 집필한 완전판 시나리오를 수록했다.
『상자 속의 양』은 『어느 가족』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감독의 오리지널 각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어린 아들을 잃은 부부가 죽은 아들과 똑같은 외모와 목소리를 지닌 휴머노이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시작된다. 멈춰 있던 가족의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하지만, 그것은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억과 현실, 상실과 사랑의 경계에서 가족은 다시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오랫동안 가족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게 탐구해 왔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괴물』 등에서 그는 혈연과 돌봄, 책임과 상처, 선택과 관계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었다. 이번 작품은 휴머노이드라는 새로운 소재를 통해 그 질문을 한층 확장한다. 아이와 닮은 존재를 사랑하는 것은 아이를 다시 사랑하는 일인가, 아니면 상실을 다른 방식으로 반복하는 일인가.
시나리오북으로 읽는 경험도 특별하다. 영화에서는 배우의 얼굴과 음악, 편집의 리듬으로 감정이 전달되지만, 시나리오는 장면과 대사, 침묵의 구조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고레에다의 영화가 늘 작은 표정과 일상의 틈에서 큰 질문을 길어 올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완전판 시나리오를 읽는 일은 그의 연출 이전의 사유를 따라가는 일이 된다.
고레에다 감독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출발해 복지와 교육, 재일한국인 등 사회적 화두를 다뤘고, 1995년 『환상의 빛』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직접 설립한 창작집단 분부쿠를 기반으로 영화와 소설, 에세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상자 속의 양』은 과학기술의 상상력 속에서도 결국 인간의 상실과 사랑을 묻는 고레에다의 또 다른 가족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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