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글자를 먹고 살아나는 책”, 『여위어 가는 책』 출간(소희림, 좋은땅)

홍시와 악어, 여윈 책까지… 상상으로 건네는 다정한 동화

장세환2026년 5월 27일 오후 1:01
135

여위어 가는 책.jpg출판사 제공

책 한 권이 점점 야위어 간다. 종이는 쭈글쭈글해지고 표지는 힘없이 처진다. 그러던 어느 날, 책 속에서 해파리 촉수 같은 투명한 다리가 뻗어 나오더니 다른 책의 글자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글자를 먹은 책은 다시 초록빛 생기를 되찾고, 텅 빈 책은 새하얀 백지가 된다. 소희림 작가의 동화집 『여위어 가는 책』은 이렇게 낯설고도 기묘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좋은땅에서 출간한 『여위어 가는 책』은 고양이와 강아지, 홍시와 악어, 호박벌과 책처럼 우리 주변의 익숙한 존재들이 살아 움직이며 마음을 이야기하는 동화 모음집이다. 짧은 이야기들 속에는 웃음과 슬픔, 외로움과 다정함이 천천히 스며 있다.

책의 표제작 「여위어 가는 책」은 특히 인상적이다. “책에서 해파리 촉수처럼 투명한 다리들이 뻗어 나오더니 ‘보물섬’ 책을 칭칭 감싸는 게 아니겠어요?”라는 장면은 어린이 독자의 상상력을 단숨에 끌어당긴다. 이어 “까만 글자들이 스르르 빨려 들어갔어요”라는 문장은 책을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끼게 만든다.

작품 속 존재들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는 홍시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진심으로 웃었을 뿐인데 오해받는 악어는 서운함을 품는다. 동화는 이 낯선 존재들을 통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출판사는 “억지 교훈 대신 자연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공감과 배려, 용기와 사랑의 의미를 전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책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이 이야기를 따라가며 스스로 감정을 발견하도록 기다려 준다.

20년 넘게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해 온 소희림 작가는 자신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장난꾸러기 선생님”이라고 소개한다. 그 말처럼 작품에는 어린이 특유의 엉뚱함과 장난기가 살아 있다. 동시에 아이들 마음속 외로움과 두려움도 섬세하게 어루만진다.

특히 “글 맛있게 먹고 잘 자라거라!”라는 작가의 인사는 책 전체 분위기를 압축한다. 이야기를 읽는 일이 공부나 훈련이 아니라, 맛있는 간식을 먹듯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여위어 가는 책』은 짧은 동화 모음집 형식으로 구성돼 부담 없이 읽히지만, 문장 사이에는 오래 남는 여운이 숨어 있다. 산뜻한 유머 뒤로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이어진다.

빠르게 소비되는 영상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한 시대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은 천천히 읽고, 오래 상상하고, 조용히 웃게 만든다. 여윈 책 한 권이 글자를 먹으며 살아나듯, 어쩌면 사람의 마음도 이야기 한 편으로 다시 힘을 얻는지 모른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